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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이전 시켰습니다.

옮긴 곳은 ((https://80000008nh.tumblr.com)) 텀블러입니다. 

여기 있던 글을 옮겨놓기도 했고 안 옮겨놓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여기 블로그는 가끔 회지 일부 내용 공개 할때와 샘플 공개 등등의 글을 올리는 용도로만 사용합니다.


Twitter @pyapyapyapya_n 입니다.

'styx' 샘플

데스티엘 중편 모음집 'styx' 中 2페이지 분량의 샘플 페이지







! 속옷은 좀 빨래 통에 넣으라고!”

넣었어!”

딘은 정장 재킷을 입으며 마침 때맞게 전자레인지에서 시간이 끝났다고 하는 소리가 그를 불렀다. 그는 전자레인지에서 데워진 핫도그를 꺼내 입에 물고는 현관으로 나갔다. 그때 샘도 현관으로 나갔다. 샘은 구두를 신으며 뭐가 그렇게 급하냐는 듯 딘을 보았다. 하지만 딘은 보지 못했는지 입안에 가득 든 핫도그를 우물우물 씹고는 문을 열고 먼저 나갔다.

왜 그렇게 바쁜데.”

너 항상 이 시간에 가잖아. 왜 바빠.”

딘은 손에 묻은 핫도그 소스를 쪽쪽 빨아 먹으며 샘에게 물었다. 샘은 딘을 지그시 보더니 물었다.

그 대리님 때문이야?”

딘은 샘의 말에 대답을 하지 않고 얼른 가자는 말만 반복하며 차에 올라탔다. 샘은 딘의 반응에 피식 웃고는 차에 올라탔다.

형이 이러는 건 처음이네. 진짜인가 보네?”

조용히 해.”

푸핫! 뭐가 그렇게 쑥스러워. , 그렇게 대리님 안 좋아했으면서.”

딘은 운전대를 되잡으며 샘을 돌아보았다.

내가 언제.”

?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런 것 같은데?”

딘은 샘의 말에 더 이상 대답하기를 그만 두었다. 샘은 그런 딘을 보고는 웃으며 제 가방 안을 살폈다.

 

부서 안으로 들어가자 샘은 딘의 어깨를 툭툭 쳤고 딘은 신경 쓰지 않고 제 자리에 앉았다.

딘의 자리는 캐스의 자리가 아주 정확하게 정면으로 보이는 자리였다. 한마디로 아주 명당이란 말이다. 딘은 익숙한 듯 자리에 앉으며 캐스의 자리를 보았고 캐스는 역시 어제부터 야근을 했는지 피곤해 보이는 눈이었다. 딘은 자리에 앉아 일을 시작했다.

 

딘은 캐스와 이야기를 할 때가 많았다. 보통 이 부서 사람들은 거의 캐스가 부장이나 다름없었다. 사실상 부장보다 더 나이가 많기도 했고 경력도 좋았으며 차장도 없고 부장도 잘 외근을 나갈 때가 많아 보통 일들은 캐스에게 보고하는 편이었다. 딘 역시도 그랬다.

딘은 보고서류를 들고 캐스에게로 갔다.

대리님, 여기 보고서입니다.”

, 고맙다. .”

캐스는 보고서를 받아 들고는 옆에 두고 다시 일에 전념했다. 딘은 그런 캐스를 물 미끄럼이 보더니 익숙한 듯 플러팅을 했다.

혹시 오늘 시간되시나요?”

“... 시간은 있다.”

캐스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무슨 일이냐며 딘을 올려다봤고 딘은 그런 캐스의 무미건조한 말에 아무것도 아니라며 그냥 물러났다. 딘은 자리로 돌아와 방금 전 자신의 바보 같은 행동과 캐스의 대답을 돌아보았다. 딘은 벅벅 마른세수를 하고는 서류 파일을 열었다. 하지만 전혀 손에 잡히지 않았다. 방금 전 그 기회를 바보 같이 놓쳐버린 자신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바보 같았기 때문이다! 딘은 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고는 다시 일을 했다. 일단 이 지겨운 파일은 끝내야하기 때문이다.


'12km 상공' 벤술루 부분



 무언가 결핍되었다는 것은 마치 새로운 무언가를 보기 전과 같다. 결핍된 무언가를 받게 된다면 조금의 거부를 보이다가도 천천히 그걸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한 번이라도 받게 된다면 그 결핍은 이내 집착으로 변하기 시작된다. 욕심으로 한 없이 원하게 되는 것이다.

 

* * *

 

삐빅, 삑삐이. 물속에 잠긴 듯한 알람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술루는 손을 뻗어 계속해서 울고 있는 알람을 껐다. 그제야 정적이 돌았고 술루는 눈을 비비적거리더니, 이불 부스럭 거리는 소리를 내며 상체를 들어올렸다. 기숙사 침대가 그리 좋지는 않지만 꽤나 좋은 숙면을 취했다. 술루는 하품을 푹 내뱉더니 욕실로 들어갔다. 욕실 안은 조금 서늘한 감이 돌았지만 물 내 하나 나지 않고 깨끗했다. 술루는 문을 닫고는 옷을 하나씩 하나씩 벗어놓았다. 별로 그다지 벗을 것도 없지만 얇은 티와 드로즈 하나라도 벗긴 벗어야했다. 술루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가 되어서야 샤워 박스 안으로 들어갔고 샤워기를 틀었다. 샤워기를 틀자마자 물이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고 미지근한 물이 제 몸 위로 내려와 머리를 적셨다. 이내 물은 온 몸을 모두 적셨고 술루는 손을 뻗어 샴푸를 손 안에 담아 감았다. 거품은 머리와 손, 팔까지 흘러내렸고 상쾌한 향이 감돌았다.

샤워를 끝내고 머리를 털며 나오자 벌써 시간은 열 시 사십육 분이 되어 있었다. 물론 아직 늦지는 않았다. 약속시간은 열두 시 삼십 분이었기에 약 한 시간 사십사 분의 여유가 있었다. 술루는 옷장을 열어 걸려 있는 옷을 살폈다. 그다지 달라보지 않는 옷들이었지만 술루는 신중하게 셔츠만 세 개에 티셔츠 두 개, 바지 두 개를 침대에 늘어놓고는 무엇을 입을지 고민했다. 이것저것 들어 몸에 대 보더니 결국 흰 셔츠와 얇은 니트, 툭툭한 겉옷을 걸쳐 입었다. 확실히 겉옷이 툭툭한 덕에 춥지는 않겠다고 생각했다. 준비를 다하고 나니 시계는 벌써 열두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약속시간까지 삼십 분이나 더 남았음에도 술루는 바깥으로 나갔다.

역시 겨울이라 그런지 바깥은 꽤나 날이 추웠고 입김을 불자 하얗게 공중으로 피어올랐다. 술루는 자박거리며 약속장소로 걸어갔고 이내 벌써 와 있는 벤을 보았다. 따듯하게 입고 온 것을 보니 제가 더 다행이라 느꼈다.

!”

술루가 소리치자 벤은 그제야 두리번거리더니 술루를 찾아내었다. 벤은 술루를 보자마자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고 술루는 네 살 난 유치원생처럼 벤에게 달려가 안겼다. 스타플릿 생도들이 이 모습을 본다면 가히 경악을 금치 못할 것이다. 스타플릿 내에서 가장 감정이 없으며 깔끔한 일처리에 다른 이들에 비해 아주 월등한 성적을 내는 히카루 술루가 연인 앞에서 아이처럼 구는 것을 본다면 놀라지 않을 이가 없을 것이다.

벤과 술루는 화기애애하게 웃으며 길을 걸었다. 날이 추워서인지 술루의 뺨은 차가운 바람에 쓸려 빨겠고 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벤은 술루가 그저 걱정이 되는지 조심스럽게 술루의 뺨을 두 손으로 그러쥐었다.

푸흐...따듯하네요.”

술루는 벤의 배려에 고맙다는 듯 눈을 휘어 웃어보였고 벤은 저를 향해 웃어주자 체리보이처럼 부끄러워하며 자꾸만 눈을 피했다. 술루는 그런 벤의 모습을 좋아했다. 자신을 조심히 다루어줄 수 있는 사람. 아마 술루뿐만 아니라 모두가 원하는 사람일 것이다. 술루는 어디다 둬야할지 몰라 방황하는 벤의 손을 잡아주었다. 벤은 또 다시 화들짝 놀라 온 몸의 신경이 멈춘 듯 석상처럼 굳어버렸다.

푸하하, 벤 놀랐어요?”

술루는 목까지 벌게진 벤을 보고는 귀엽다는 듯 웃어보였다. 벤은 이렇듯 스킨십에 한 없이 약했다. 내성이 없어서인지 너무 갑작스러워서 인지 항상 이런 반응을 보였다. 이럴 때마다 술루는 벤의 큼지막한 손 안에서 꼬물거리다 배시시 웃으며 그를 끌어 안아주었다. 그러면 벤은 정말로 석고상처럼 뻣뻣하게 굳어 버리더니 이내 술루를 조심스레 안아주었다. 술루는 이때를 가장 좋아했다. 널따란 품에 얼굴을 박고 기대면 섬유유연제 향이 포근히 밀려왔기 때문이다.

, 되게 따듯하네요.”

술루는 벤을 보고는 배시시 웃어보였다. 커다란 곰 같아요. 술루는 시시싯 웃어 보이며 벤의 품에 이마를 두어 번 콩콩 박았다. 벤은 그런 술루를 보더니 같이 웃어 보이며 술루를 제 품 안에 끌어안았다. 추운 거리에 서 있는데도 둘은 따듯함을 느꼈다.

 

술루는 파스타 면을 포크로 돌돌 말며 그 면을 물 미끄럼이 보았다. 벤은 그것을 아직 눈치 채지 못했는지 파스타 면을 돌돌 말아 입안에 넣어 우물거렸다. 그때 술루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

? 왜 그래요, 술루?”

“.... 내가 엔터호를 타도, 기다려줄 수 있어요..?”

“....”

무조건 기다려 달라고 강요하는 게 아니에요. 그냥, 그냥.. 묻고 싶은 거예요.”

당연히 기다릴 거예요. 오 년이고 십 년이고, 술루가 다시 올 수 있다는 확신만 있다면 기다릴 거예요. 그러니까, 마음 놓고 갔다 와요.”

벤은 절대적으로 술루를 믿었다. 그렇기에 술루는 항상 이런 벤에게 미안함이 가득했다. 너무나도 기다림만 준 것은 아닐까, 이렇게 기다림만 안겨주는 저에게 질려 떠나지는 않을까, 술루는 계속 그런 생각으로 마음을 졸여왔다. 그렇기에 더, 더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시간을 벤과 보내려고 노력하고 그에게 먼저 다가갔다.

고마워요.”

술루는 살풋 웃더니 그제야 파스타를 입에 넣고 씹었다. 미끈거리는 면이 잘게 부서지면서 입안에서 미끄러졌다.

 

* * *

 

날마다 찾아오지 않는 귀한 황금연휴에는 술루는 벤과 함께 밤을 보냈다. 아니 꼭 육체적인 관계를 맺으며 보낸 밤이 아니라, 서로 이야기를 하며 보내었다. 마치 오랫동안 만난 친구처럼 말이다.

 

술루는 토끼모양 슬리퍼를 질질 끌며 한 손에는 치즈 맛 팝콘이 한가득 든 볼을 들고 소파에 앉았다. 술루는 벤의 품에 파고들며 팝콘을 제 입과 벤의 입안에 넣어주었다. 팝콘의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이내 커다란 화면에 영화가 띄워졌다. 약 이십 여 년 전에 나온 영화였지만 둘은 이런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했다. 이미 서로 문명이란 문명은 모두 누리고 사는 세대의 사람들이라 그런지 옛 것을 참 좋아했다. 오프닝이 뜨고 이내 영화가 시작되었다. 로맨스 힐링 물이었다. 수영을 좋아하는 백혈병 질환자와 수영선수의 차근차근한 사랑 이야기라는 줄거리였다. 화면에는 푸르른 물색으로 가득 찼고 잔뜩 젖은 얼굴을 벅벅 문지르며 머리를 뒤로 넘기는 남자아이의 모습이 나왔다. 그 남자아이는 작은 입을 움직이며 입을 때었다.

하야네.’

남자아이는 온몸이 하얀 남자아이를 보며 말했다. 그 애는 맨발이었고 그 남자아이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남자아이는 그런 아이를 보며 웃어보였다. , 사랑스러웠다.

술루는 팝콘을 바스락거리며 씹어 먹었다. 벤도 마찬가지로 팝콘을 집어 먹었다.

남자아이는 수영장 벽을 발로 도움받기를 하며 힘차게 헤엄을 쳤다. 하얀 아이는 그런 남자아이를 바라보며 축축한 수영장 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그리고 한참을 그 수영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 장면은 아무런 대화도 없었다. 그저 헤엄치는 소리와 숨소리가 들려왔다.

술루는 그런 아이들을 보며 잠시 어린 날의 자신을 생각했다. 저 하얀 아이를 보며 자신을 생각했다. 아무것도 못했던 자신이 떠올라 괜히 눈을 가리고 싶었다. 이것이 외면하고 싶은 것이라면 그래, 외면하고 싶다. 어린 날의 자신에게 소리치고 싶다. 뛰쳐나와. 라고. 술루는 고개를 푹 숙이고는 벤의 어깨에 기대었다. 벤은 갑자기 제 어깨에 기대는 술루를 가만히 보더니 아무 말 없이 팔을 둘러 안아주었다. 술루는 화면을 바라보았고 아이들의 미소를 보았다. 활짝 웃고 있었다. 파란 물속에서.

 

.”

술루는 벤의 품에 얼굴을 묻으며 웅얼거렸다. 벤은 그런 술루에게 왜 그러냐며 물었지만 술루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아무 것도 아니라며 마치 무언가 확인이라도 하고 싶었다는 듯 말을 끊었다. 조용하고 어두운 방안은 찰 것이라 생각했지만 따스했고 이불과 살갗이 맞닿으며 나는 소리가 부스럭부스럭 들릴 뿐이었다.

그때 술루는 그 것이 지루했는지 가만히 몸을 부스럭거리더니 제 얼굴을 박고 있는 가슴팍부터 천천히 위로 올라가며 입을 맞추었다. 처음에는 가슴팍에, 그다음은 쇄골에, 그다음은 목울대, 그다음은 턱 끝, 마지막으로 입술에 살포시 입맞춤을 했다. 벤은 그런 술루의 스킨십을 가만히 기다려주더니 조심스레 술루의 작은 뒤통수를 한 손에 담으며 물었다.

“... 해도 되요..?”

술루는 무언의 끄덕임을 보였고, 벤은 그 끄덕임을 보고는 천천히 술루의 입과 제 입을 포개며 서로의 입술을 사탕처럼 빨았다. 한 입, 한 입, 푸딩이라도 먹어가듯 조심스럽게 먹었다. 그냥 살덩이일 뿐인데도 달았다. 꿀이라도 잔뜩 발라둔 것 마냥 달았다. 술루는 몽롱한 눈으로 눈 꼬리를 내리며 벤을 바라보았고 이내 제가 벤의 뒤통수를 잡고 다시 입술을 포개었다. 달콤했다. 자극적인 달콤함이 아닌 부드러운 달콤함이었다. 인스턴트처럼 입에는 달지만 금방 돌아서면 사라져 버린 채 남는 것도 없는 것이 아니라, 벤의 입술은 과일처럼 달았다. 제철에 나는 과일처럼 말이다. 술루는 조심스레 입술을 때고는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부끄럽다는 듯 이리저리 시선을 피하는 벤을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 ... 당신은 너무 좋은 사람이에요.”

술루는 웃어버리고는 품에 이마를 기대었다. 자신에게는 한 없이 과분한 이 사람을 어쩌면 좋을지 몰랐다. 벤은 그런 술루를 끌어안으며 입을 때었다.

술루,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사람이에요.”

술루는 마치 이 한마디를 듣기 위해 참았던 것 마냥 벤에게 기대어 눈을 꼭 감았다. 어린아이 같이 흐르는 눈물을 참기 위해서였다. 벤은 그런 술루를 아무 말도 않고 안아주었다. 벤의 품은 너무나도 따듯해도 벗어나고 싶지 않은 완벽한 쿠션 같았다. 술루는 벤의 품에서 얼굴을 비비적대었고 그 순간 씩 웃어 보이며 벤의 목에 팔을 두르고 턱 끝에 입을 맞추었다.

으악!”

푸흐.. 하하, .. 점심 뭐 먹을래요?”

술루는 시계를 가리키며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향했다. 벌써 두 시라고요. 벤은 그제야 시간을 알았다는 듯이 시계를 보더니 무엇을 먹으면 좋을지 고민을 했다.

으음... 술루가 먹고 싶은 걸로 해요.”

벤은요?”

전 괜찮아요. 술루가 먹고 싶은 걸로 해요.”

음 저는... 엔칠라다, 어때요?”

좋네요.”

술루는 좋다며 콧노래를 흥얼거리고는 찬장에서 프라이팬을 꺼내 전기레인지 위에 올려두고는 냉장고로 향했다. 벤은 술루를 슬그머니 보고는 도와주어야할 것 같아 일어나 술루에게로 다가가 음식 준비를 도왔다. 술루는 준비된 식재료를 다졌고 벤은 술루가 탭에 펼쳐둔 조리법을 봐가며 콩 통조림을 까 팬 안에 붓고 술루가 다진 식재료들도 넣어 이것저것 양념들과 함께 볶았다. 술루는 그 사이에 토르티야를 꺼내 벤이 볶은 재료들을 넣어 돌돌 말아 접시에 올렸고 벤은 그 위에 소스를 부었다.

둘은 이제 누가 보아도 결혼한 부부 같았다. 아니 부부가 아니더라도 서로 동거만 십 년 넘게 한 것만 같았다. 하지만 둘은 아직 약 오 년 남짓하게 연애만 해왔고 술루의 생도생활 탓에 같이 있는 시간도 그리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둘은 이런 생활에 만족했다. 지극히 평범한 생활을 아주 좋아했다. 사소한 일을 같이 보내는 것에 기뻐했고 서로 눈만 마주쳐도 웃었다. 술루는 이런 생활이 너무 좋았다. 이렇게 자신을 가득 채워주는 벤에게 고마웠고 고마웠다. 술루는 엔칠라다를 잘라 입안에 넣었고 우유를 마셨다. 짭짤한 맛이 입안을 감돌았다.

벤은 술루를 힐끗 보더니 손으로 입 주변을 가리키며 말했다.

묻었어요. 거기, 네 거기.”

술루는 휴지를 뽑아 입을 닦았고 됐다는 벤의 말에 살풋 웃어 보이며 자른 엔칠라다를 입안에 넣었다.

벤은 그저 술루가 사랑스러워 보였다. 하지만 절대 빤히 바라보지는 않았다. 누구나 좋으면 자기 연인을 바라볼 만도 하지만,그 대표적인 예가 벤의 연인, 술루이다.벤은 빤히 바라보지는 않았다. 힐끔힐끔 곁눈질을 하며 상대방 몰래몰래 보았다. 마치 짝사랑이라도 하는 것 마냥. 그러다 술루가 자신을 올려다보면 다시 시치미를 땐다.

하지만 사실 술루는 알고 있다. 그런데도 무어라 말하지 않는 이유는 그 모습이 너무나도 귀여워서이다. 생각해보아라, 덩치는 저보다 훨씬 큰 사람이 짝사랑하는 이처럼 곁눈질을 하며, 그것도 당사자는 모를 것이라 생각하며 본다는 자체가 너무나도 귀엽지 않은가. 술루는 그럴 때마다 히죽 이죽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미소를 숨기기 급급하다.

지금도 딱 그런 상황이다. 술루는 자꾸만 흘러나오는 미소에 입에 든 엔칠라다가 잘 못 삼켜질 것만 같았다.

결국 참다못해 술루는 웃어버리고 말았다. 벤은 갑자기 가득 찬 보따리를 푹 풀어놓아 다 쏟아져 나오는 콩 마냥 웃는 술루를 의아한 듯 바라보았다.

술루 왜,.. 무슨 일 있어요?”

푸흐하하, 벤이 너무 귀여워서요.”

술루는 눈 꼬리를 접어 휘며 웃어보였고 벤은 술루의 말에 한 번, 접혀 휘는 눈 꼬리에 한 번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고 말았다. 술루는 그런 모습에 다시 히죽 이죽 웃음이 튀어나왔고 벤은 웃지 말라며 제 얼굴을 가려 고개를 푹 숙였다. 술루는 그 말에 소리 내어 웃던 것을 멈추고 미소만 머금은 채 벤을 바라보았다.

, 사랑해요.”

새삼스레 제 입에서 나온 말이 그렇게도 간절할 수는 없었던 것 같다. 벤은 술루의 말에 고개를 들어 마른세수를 두어 번 하더니 술루의 뺨에 짧게 입맞춤을 했다.

나도 사랑해요. 술루.”

벤의 그 말은 언제나 들어온 말이었지만 왠지, 그날따라 묵직하고 잔잔했다. 그렇게 제게 다가왔다. 술루는 벤의 말에 눈을 휘며 웃고는 다 먹은 접시를 들고 싱크대에 놓았다. 벤도 마찬가지로 제 접시를 싱크대에 놓았다. 둘은 서로의 옷자락만 스쳐도 웃었다. 그래 바람 빠진 풍선을 놓았다 잡았다 하는 것 마냥.

 

* * *

 

숨이 막힐 정도로 심한 악몽은 몸을 짓누른다. 그것을 경험한 횟수가 한 번이던 두 번이던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경험을 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악몽은 그 사람에게 오게 된다면 평생을 짓누른다. 기억 속에 지하철 구석에 박힌 씹다만 껌 마냥 붙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연히 그 악몽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면 역겨움부터 나오는 것이다.

벗어나려 번쩍 뜬 눈으로 앞을 보며 몸을 일으켰다. 그제야 차갑던 주변공기가 느껴지고 제 살갗에 흐르는 식은땀을 알아챘다. 술루는 숨을 몰아쉬었고 고개를 돌려 다행히 자신이 깼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잠을 자고 있는 벤을 보고는 안심을 했다. 들키고 싶지 않았다. 동정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애초에 들키고 싶지 않았다. 술루는 제 위를 덮고 있는 습기 찬 이불을 걷어내고는 부엌으로 갔다. 새벽 공기는 차가웠다. 살갗을 베어 피를 내게 할 것 같이 칼날 같이 서늘한 것이 어떤 것인지 알았다. 술루는 물을 떠 목으로 넘겼다. 물을 넘길 때마다 왠지 모를 더부룩함을 느꼈다. 많이 먹어서 배가 찼다는 느낌이 아니었다. 가슴이 답답했다. 장기가 부풀어 서로 부딪히며 기도를 압박하는 느낌이었다.

술루는 스스로 이것을 죄라고 생각했다. 욕심을 가진 자에게 내리는 죄. 받아서는 안 될 사랑을 넘보며 가진 죄. 술루는 터벅터벅 소파로 걸어와 털썩 주저앉았고 달빛에 비쳐지고 있는 선반을 보았다. 책이 잔뜩 쌓여 있었다. 그 위로는 먼지가 날리고 있었다. 그 먼지는 달빛에 비쳐 반짝거렸다. 보석처럼.

술루는 눈을 돌려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몸을 뉘었다. 그리고 곤히 자고 있는 벤에게 다가가 몸을 끌어안았다. 따듯했다. 찬 공기가 점점 덥혀지고 있는 것 같다. 마치 죄가 그 따듯함에 덮이는 듯했다.

 

벤은 술루가 애정을 갈구해도 별말 없이 그만큼 애정을 더 주었다. 제 품에 파고든다면 그대로 품어 안아주었다. 당연한 대답이지만 가끔 확인이라도 하고 싶은지 묻는 질문에도 차근히 대답을 해준다. 술루는 이런 벤에게 고마우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이 자가 자신을 곧 엄벌할 이는 아닌 걸까 하며 매일을 떠나갈까 걱정한다. 술루에게 벤은 제 손에 있는데도 사라질까 두려움을 가득 들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뻑뻑한 눈꺼풀을 들어 올리고는 두어 번 더 깜박였다. 코끝에서 빵이 구워지는 냄새가 났다. 조금 달콤한 연유향도 났다. 술루는 몸을 일으켰고 아직도 잠에 취해 감기는 눈을 뜨려 노력하며 부엌으로 나갔다. 부엌으로 가니 식탁에 음식을 차리고 있는 벤이 보였다. 술루는 그런 벤을 보고는 배시시 웃어 보이더니 식탁 위에 놓인 음식들을 슥 훑어보았다. 연유크림을 바른 구운 빵과 따듯하게 덥힌 우유, 그리고 잘라둔 토마토. 꽤나 간단하지만 술루는 그저 차려준 것 자체가 너무나도 고마웠다.

좋아하는 걸로 했어요. 맛이 괜찮을지는.. 모르겠지만요.”

벤은 머리를 긁적거리더니 웃으며 자리에 먼저 앉았다. 술루도 뒤이어 축 처지는 몸을 의자에 앉혔다. 식탁 의자에 앉자마자 달큰한 연유향이 은은하게 코끝에 맴돌았다. 술루는 빵을 집어 들어 한 입 크게 베어 물었고 입 안 가득 연유크림과 구운 빵으로 찼다. 입가에는 듬뿍 발라둔 연유크림이 묻어 있었고 술루는 빨간 혀를 내밀어 이리저리 입가를 훑어 핥았다. 혀끝에는 입가에 묻어 있던 연유크림이 닦여 입안으로 들어갔고 입속 다른 빵과 섞여 달콤함을 냈다. 술루는 손에도 묻은 크림을 먹으며 벤을 바라보았다. 벤의 볼은 이유는 모르겠지만 빨겠다.

, 볼이 빨게요. 더워요?”

, 조금 덥네요.. 아침 날씨가 좋아서 그런가 봐요.”

하지만 벤의 말과는 다르게 아침의 날씨가 아무리 좋아도 더울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술루는 딱히 다른 의심하지 않고 우유를 마셨다. 사실 모른 척 하고 있었다는 것이 사실인 것 같다.

모르는 척 시치미 뚝 때고 물은 건 맞지만 의도적으로 관능적으로 핥으며 그런 것을 보이려고 한 행동은 아니다. 그냥 평소대로 먹었을 뿐인데, 느릿한 동작 탓에 왠지 그 행동이 육욕적으로 느껴진 것이었다. 술루는 살풋 웃어보였고 남은 빵을 다 입안에 욱여넣었다.

 

* * *

 

따스한 햇살이 스며든 것처럼 따스한 그 품이 부러웠을 뿐이었다. 그래 넘보지 말아야할 애정인 것은 틀림없었다. 하지만 원했다. 다시 돌아온 기숙사는 차가웠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제 자리를 찾아 앉는다. 하루에 매일 온갖 여러 가지의 과목을 배우며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갈 준비를 한다. 원하는 곳으로 향해 달려가려고 노력한다. 술루는 강의실에 앉아 필기를 했고 탭 화면은 금세 필기들로 가득 찼다. 옆 자리에 앉아 있던 생도는 그것을 힐끗 보고는 가히 입을 다물지 못 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 가득 차 쓸 공간도 없을 듯한 화면에서 어떻게든 공간을 찾아 적었다. 모두들 그에게 두 손 두 발 다 들고 말았다. 거의 괴물에 가까웠다. 술루에게는 밤도 낮도 없었다.

오로지 제 연인에게 맞는 사람이 되겠다며 손목이 아려올 때까지 필기를 하고 복습과 복습을 거듭해갔다.

그렇게 새벽이 되어서야 탭을 내려두고 잠을 청했다. 몸은 정말로 천근만근 무거웠다. 술루는 기지개를 펴고는 따듯하게 덥혀둔 물을 마셨다. 벌써 그리워졌다. 보고 싶어졌다. 술루는 그대로 엎드렸고 눈을 꼭 감았다. 앞이 캄캄했다.

 

또 그 꿈이다. 어릴 때 시작해 지금까지도 날 괴롭히는 그 악몽. 이젠 익숙할 만도 했지만 여전히 두려움은 있었다. 온 몸에 힘은 풀렸고 앞은 캄캄했다. 이내 파란 페인트로 칠해둔 벽이 보였다. 벽에는 액자가 걸려 있고 하얀 창틀의 창문에는 흰 면사포 같은 커튼이 있었다. 그 커튼은 바람에 휘날렸고 고개를 돌려보니 피범벅인 벽과 쓰러진 여자, 바닥에 누워 제 배를 움켜쥐고 있는 남자. 굳은 피는 딱딱했다. 제 손에는 권총이 들려 있었고 내 손은 새 하얬다. 이내 눈앞이 다시 검게 물들었다.

, 모순이었다.

술루는 그 순간 벌떡 몸을 일으켰고 막혔던 숨을 몰아쉬었다. 순간 세상이 핑 도는 듯 했다. 무언가 둔탁한 물건으로 뒤통수라도 내려치는 듯했고 숨도 턱 막혔다. 술루는 웅크려 앉았고 탭을 들어 전화를 걸었다.

“... .”

술루의 목소리는 두려움, 무서움, 고통과 함께 잘게 떨리고 있었다.

술루. 진정해요, 무슨 일이요?”

벤은 떨리는 술루의 목소리에 무슨 일이냐며 물었다. 하지만 술루는 대답은 벤의 목소리를 들음으로써 목구멍 뒤로 다시 집어넣어졌다. 술루는 몸을 잔뜩 웅크렸고 이불을 잡아끌어 덮었다.

술루? 내 말 들려요?”

술루는 마른세수를 하고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대답을 했다.

, .. 괜찮아요. 괜찮아요. ...”

벤은 술루의 대답에 말없이 가만히 있더니 조금 지나지 않아 입을 때었다.

“... 무슨 일 있었던 거예요?”

아녜요. 아니에요... 그냥, 악몽을 꿨어요.”

술루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집어 삼켜지듯 뒤집어썼다. 그 탓에 목소리도 조금 뭉개졌지만 벤은 알아들은 듯 대답을 했다.

술루, 걱정 말아요. 내가 지금 갈 수는 없지만 잠들 때까지 대화도 해주고 겁나지 않게 해줄게요.”

술루는 눈을 꼭 감았다. 나긋나긋하게 제 귓가로 빙그르르 들어오는 벤의 목소리에 그제야 눈이 감겼다. 그 끔찍한 모순 따위 사라지는 것 같았다. 애초에 없던 일이지만 괜스레 안심이 되었다. 술루는 조곤조곤히 벤에게 말했다.

보고 싶어요...”

잠시 대답이 없더니 이내 대답이 돌아왔다.

나도 보고 싶어요. 헤어진 지 일주일 밖에 안 됐는데. 보고 싶어요. 나도 보고 싶어요. 술루.”

벤의 목소리는 나지막했다. 제 귓속으로 들어와 깃털을 들고 온 몸을 해 집고 다니는 듯했다. 정말 간 들어 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았다. 술루는 볼이 빨겠다. 빨갛게 잘 익은 가을 햇사과 마냥 빨겠다. 전화라 이런 제 모습을 보지 못한다는 것에 안심이 되었다. 술루는 조금 뜸을 들이더니 입을 열었다.

“... 이제 자요. 피곤하잖아요.”

이제 괜찮아요? ... 그럼 잘 자요, 술루.”

벤의 모습이 탭 너머로 보이는 것만 같았다. 술루는 뭉친 이불 위로 얼굴을 묻었고 그대로 알았다며 뭉개지는 발음으로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가 끊기자 주변은 공기의 흐름조차 멈춘 듯 조용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 * *

푸른색과 붉은색의 조화는 색달랐다. 서로 채도가 빠져 어두운 색을 보였다. 조명하나 없는 달빛 아래에서 보는 것만 같았다. 밀 빛 살갗은 이내 쇳덩이로 갈라져 빨간 속내를 보였다. 뚝뚝 흐르는 피는 바닥도 이불도 모두 적셨다. 퍼런 칼에도 그 빨간 피가 묻었다. 하지만 색은 섞이지 않았고 그 표면 위에 피가 방울방울 띄워져 있었다. 술루는 그 칼을 바닥에 툭, 떨어뜨렸고 몽글몽글 피가 솟아오르는 살갗을 보았다. 빨간 피가 밀 빛 살갗에 패인 주름을 따라 퍼지자 자국을 남겼다. 술루는 그대로 뒤로 몸을 퍼뜨렸고 덜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침대에 몸은 퍼졌다. 아직도 멎지 못한 살덩이 사이로 피가 흘러 그 주변의 하얀 시트를 붉게 물들였다. 아픔보다 저 시트를 어쩌면 좋을지 먼저 생각했다. 이내 방문이 요란스럽게 열렸고 밝은 부엌불이 들어왔다.

술루!!”

벤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울렸다. 그리 피를 많이 흘린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꽤나 흘렸던 건지 눈앞에 보이는 천장과 저를 바라보는 벤의 얼굴이 빙글빙글 돌았다. 둥글게 원을 그렸고 이내 눈을 감았다.

 

술루. 어서 일어나, 너 지금 나가야 되잖아.”

귓가에는 제 룸메이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깐의 꿈이었다. 술루는 그의 말에 몇 시냐며 칭얼거림과 함께 물었다. 아홉 시. 술루는 그 말에 정신이 번뜩 들었다. 완전한 지각이다. 지금 뛰쳐나가도 지각이다. 술루는 몸을 벌떡 일으키고는 욕실로 달려갔다. 하지만 갑자기 일어난 탓인지 몸이 휘청거리며 옆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술루는 다시 일어나 달리려 했다. 하지만 룸메이트가 달려와 그를 붙잡고 호탕하게 웃어버렸다.

푸하하하, 안 늦었어. 지금 아직 여덟 시야.”

술루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시계를 보았고 그의 말대로 여덟 시였다. 술루는 마른세수를 벅벅 하더니 숨과 웃음을 같이 내뱉었다.

, .... 하하.. 놀랐잖아.”

그런데 무슨 좋은 꿈이라도 꾸고 있었던 거야? 너무 잘 자고 있어서 깨우기 좀 그랬는데.”

좋은 꿈.. 인가?”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그는 제게 되묻는 술루의 말에 웃으며 생도 복 단추를 여 메었다. 술루는 다시 욕실로 들어갔고 문을 닫았다. 이내 샤워기 소리가 들려왔다.

* * *

 

휴일의 오전은 가장 나른했다. 벤의 품에 안겨 뉴스를 본다. 제게 기대어 오는 술루가 불편할 만도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머리만 쓰다듬어준다. 술루는 쓰다듬음에 온몸이 녹진해지는 것 같았고 따스한 햇살 덕에 왠지 더 푸근해졌다. 조용한 집안에는 TV에서 흘러나오는 뉴스 보도만이 들려왔다. 술루는 입술을 우물우물 거리더니 눈을 가만히 감고 벤에게 물었다.

“.... , 당신은 내가 당신을 힘들게 해도 괜찮은 가요..?”

잠시 정적이 오갔고 술루는 무슨 대답이 오더라도 괜찮았다. 고개를 내저어도 오롯이 제 탓이니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마음먹었다.

전 술루가 절 죽여도 사랑할 거예요.”

하지만 벤의 대답은 오히려 거부보다도 더 날카롭고 뾰족한 칼날처럼 심장에 푹 박혔다. 술루는 눈을 뜨지 않았고 벤의 손을 꼭 잡고는 손등에 살짝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미안해요.”

술루의 대답은 떨렸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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