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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본즈술루






가끔 그가 날 정말 사랑하는 건지 묻고 싶어진다. 가끔이지만 마치 날 수술 중에 죽어버린 사람의 몸뚱어리를 보듯이 날 바라본다. 차갑고 멍한 눈으로 말이다. 하지만 난 그를 사랑한다. 그렇기에 난 그에게 묻지 않는다. 무슨 대답이 올지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가 무슨 말을 하든 난 듣지 않을 것이다.


하루가 끝나고 본즈의 쿼터에 온 술루는 이불 위로 몸을 던졌다. 마치 제 방인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술루는 이불을 만지작거리더니 그 속에 얼굴을 묻었다. 피곤함이 온몸을 누르고 있었다. 아니 이 방에 들어서자마자 피곤함이 뒤늦게 실감되었다. 편해서일까 어리광일까. 술루는 정적 속에서 울리는 샤워기 소리를 잠자코 듣고 있었다. 이내 샤워기 소리가 멎고 욕실에서 본즈가 나왔다. 본즈는 술루를 봤음에도 놀라지 않고 당연하다는 듯 힐끗 보더니 젖은 머리를 탈탈 털었다. 술루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본즈에게 다가갔고 아직 마르지 않아 축축한 본즈의 등을 끌어 안았다. 본즈는 술루가 제 등에 얼굴을 묻는 것을 가만두었다. 술루는 본즈의 등에 뺨을 대며 내뱉었다.
"사랑해요."
본즈는 가만히 정적을 지키더니 나지막이 내뱉었다.
"어. 나도 그래."
본즈는 몸을 돌려 술루를 끌어 안았다. 작은 몸이 터질 것 같이 끌어 안았다. 술루는 본즈의 몸에 남아 있던 물기 탓에 옷이 젖었고 본즈는 그런 술루를 내려다 보더니 몸을 때고 침대에 몸을 뉘었다. 술루는 본즈가 눕자 옷을 벗고 욕실로 들어 갔다.
분명 내뱉는 말은 사랑인데 이곳은 너무나도 각박하고 고요했다. 술루는 샤워기를 틀었고 물줄기는 머리 위로 내리꽂혔다.

서로 끌어 안고 있음에도 마치 마내킹을 끌어 안은 것 마냥 차갑고 딱딱했다. 술루는 고개를 조금 들어 본즈의 눈을 보았다. 역시 그 눈이었다. 생기가 돌지 않는 멍한 눈. 그때 난 믿고 싶지 않은 진실을, 아니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외면했던 현실을 느꼈다.
그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고집

본즈술루 진단메이커: 원하는 모든 것들은 늘 열사병처럼 찾아왔다.





그를 볼때마다 가슴이 답답했다. 마치 잘 섞지 않아 녹지 않은 코코아 알갱이를 먹은 것 마냥 말이다. 하지만 입안은 달콤했다. 그렇기에 이상하다고 느꼈다. 분명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혀옴에도 달콤함에 그것을 잠시 잊게 된다. 그리고 그가 자리를 뜨고 나서야 자신의 몸이 후덥지근하다는 것과 숨이 텁텁하다는 것을 느꼈다.
술루는 숨을 천천히 쉬더니 제 무릎을 슥슥 문질렀다. 본즈가 하이포를 들고 자신에게로 손을 뻗었지만 알지 못했다.
"술루."
보다못한 본즈가 부르고 말았다. 술루는 그제야 고개를 올리며 팔도 내밀었다. 본즈는 술루의 상태가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괜히 물어보지는 않았다. 술루는 하이포를 다 놓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닥터"
본즈는 서두르는 술루에 조금 당황했지만 그러냐며 수긍하곤 술루를 보내었다. 잠깐이었지만 술루의 몸은 뜨거웠다.


뎀잇. 그 상황에서 당연하다는 듯이 두근대지 말라고

싯구 아닌 싯구

쿠퍼테디





 평소와 다를바가 없는 놀리타의 하루다. 언제나 그렇듯 주방에는 갖은 욕지거리와 바쁜 요리사들의 칼질 소리와 식기가 맞 부딪히며 달그락거리는 소리로 시끌벅적했다. 테디는 칼의 물기를 닦아내고 팔딱거리는 도미 머리에 칼등을 내리쳤다. 그러자 도마 위에서 파닥거리며 살아있음을 보여주던 도미는 이내 힘 없이 축 늘어져 움직임을 멈추었다. 테디는 머뭇거리지 않고 칼을 도미의 지느러미에 찔러넣었다. 배를 가르고, 내장을 꺼내어 알맞게 잘라 내고는 팬 위로 가져갔다. 팬 위로 올라간 도미는 또 다른 식재료와 함께 구워지더니 이내 접시 위로 올라갔고 조금의 장식과 함께 이젠 웨이터의 손에 들려 손님 상으로 올라갔다. 

 "감사합니다."

 쿠퍼는 제 앞에 놓인 도미 요리를 슥 보더니 조금 잘라 입안에 넣었다. 역시 맛있었다.

 

 테디는 일을 마치고 옷을 갈아 입고는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가자 차 한 대가 테디의 앞에 섰다. 테디는 차에 올라탔다. 차에 올라타자마자 편한대로 앉고는 운전석에 앉아 있는 쿠퍼에게 말을 꺼냈다.

 "오늘 왜 왔어."
 "그냥,"

 테디는 가만히 쿠퍼를 보더니 차가 신호등의 신호에 잠시 멈추자 손을 뻗어 쿠퍼의 허벅지를 슥 만졌다. 

 "손 때, 운전 중이야."

 "알아." 

 하지만 테디는 손을 때지 않았고 조금 더 만지더니 쿠퍼가 바라보니 그제야 손을 때고 야살스럽게 웃어보였다. 쿠퍼는 제 허벅지를 농염하게 만지고는 제가 바라보자 자신에게 야살스럽게 눈 웃음을 짓는 테디에 아랫배가 묵직하게 당겼다. 쿠퍼는 핸들을 바로 잡고는 액샐을 더 세게 밟아 속력을 내었다. 테디는 그런 쿠퍼를 보고는 집 도착을 하면 어떤 걸 먼저 할지 고민을 했다. 


 집안으로 들어가자 테디는 조금 기대감을 가지고 쿠퍼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쿠퍼는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욕실로 들어갔다. 하지만 테디는 욕실로 들어가는 쿠퍼의 행동에 당황도 하지 않고 따라 아무렇지 않게 부엌으로 들어갔다. 

 쿠퍼는 욕실에 들어가 제 옷을 벗으며 조금 전, 차에서의 상황을 떠올렸다. 생각만으로도 열이 오른 것 마냥 몸이 조금 후끈거렸지만 쿠퍼는 아무렇지 않은 듯 샤워기를 틀고 몸을 씻고 머리를 감고는 욕조 안으로 들어갔다. 

 머리를 털며 브리프와 티셔츠, 바지 하나를 입고는 부엌으로 갔다. 그리고 부엌에 다다르자마자 제 눈을 의심했다. 알몸으로 앞치마만 하나 덜렁 걸친채 아무렇지 않은 듯 요리를 하고 있는 테디가 있었기 때문이다. 쿠퍼는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기색을 보이지 않고 테디에게 다가가 물었다. 

 "뭐하는 거야."
 "눈 안 좋아? 요리하고 있는데."

 쿠퍼는 테디의 대답에 마른세수를 했다.

 "아니, 내 말은 요리를 하는데 굳이 그렇게 아무것도 안 입어야해?"

 테디는 쿠퍼의 말에 다 된 요리를 접시에 담고는 접시를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테디는 쿠퍼에게로 다가가 아무렇지 않게 그를 올려다 보았다. 

 "마음에 안 들어?"

 테디는 쿠퍼의 목에 팔을 두르고는 빤히 바라보았다. 쿠퍼는 가만히 테디를 바라보더니 조심스럽게 옆구리부터 손을 쓸어 내려 골반을 잡더니 다시 손을 올려 옆구리를 잡았다. 테디는 쿠퍼의 손길에 조금 애가 탄 듯이 허리를 조금 휘어 배를 쿠퍼의 앞에 가져다 대 비볐다. 쿠퍼는 제 품으로 테디를 끌어 안으며 허리 선을 쓸며 물었다. 

 "음식 식는데 괜찮아?"

 "다시 만들면 되지."

 테디는 발뒤꿈치를 조금 들어 쿠퍼의 뒤통수를 감싸 잡으며 키스를 했다. 조용한 부엌 안은 축축하게 젖은 살이 닿는 소리만이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