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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x' 고딩딘x회사원캐스 부분

- 원작 내용과는 정말 단 하나의 관계도 없습니다. 그렇기에 인물관계도 원작과 다를 수 있습니다.

- 모든 내용은 픽션이며 상호나 학교의 이름 등등 모두 제가 임의로 지어낸 것임으로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원작과는 다른 느낌을 띌 수도 있습니다약간의 캐붕이 있을 수 있습니다그 점 유의해주시길 바랍니다.

- 이 책은 슈퍼내추럴데스티엘 팬 북입니다.

 

 

 

 

 

 

 

 

사랑해요, 어린 날의 환상이 아니에요.”

 

고등학생 딘 x 회사원 캐스

 

 

 

 

 

 

 

 

 

 

 

 

 

 

 

 

 

 

 

 

 

 

 

 

 

 

 

! 빨리 좀 나와!”

언제나 그랬듯 샘은 아직도 집안에서 어물쩍 거리는 딘을 향해 소리쳤다. 하지만 딘은 안에서 무엇을 그리도 하는지 샘의 말에도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샘은 한숨을 쉬며 손목시계를 보았다. 벌써 7시를 넘겼다. 셔틀버스는 아직 오지 않았고, 딘도 오지 않았다.

그때 안쪽에서 딘이 설렁설렁 걸으며 나왔다.

뭘 하는데 안 나온 거야?”

아직 안 늦었잖아, 그럼 됐어.”

샘은 태평한 딘의 말에 또 다시 한숨을 쉬었다. 딘은 신발 끈을 여 매더니 고개를 돌려 옆집을 보았다. 며칠 전까지는 비어있었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이사를 온 것 같다. 가족단위는 아닌 것 같았다. 왜냐하면 짐이 많이 없었기 때문이다. 살림보다 집이 더 클 것 같았다.

오늘 이사 오네. 좋은 이웃이었으면 좋겠어.”

그때 집주인인 것 같은 남자가 짐을 들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젊은 사람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꽤 나이가 있어보이지도 않았다. 조금 피곤해 보이는 전형적인 회사원이었다.

, 빨리 가자.”

.”

딘은 샘의 말에 스쿨버스가 오는 곳으로 갔다.

 

 

정말 지루했다. 아침부터 수학에 과학이라니 끔찍함의 연속이었다. 물론 거의 반은 졸았다. 딘은 수업 종이 울리자 머리를 긁적이며 일어났다. 벌써 마지막 시간이었다. 딘은 하품을 내뱉고는 복도로 나갔다. 복도로 나가자 계단에서 학교에서 꽤 예쁘다고 소문이 난 여자애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샘이 보였다. 딘은 피식 웃으며 괜히 뿌듯한 아빠의 미소를 지었다. 물론 그러던 중 샘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샘이 또 형이, 라는 표정으로 손으로 두 눈을 가려버렸지만 말이다.

 

샘은 이것저것 할 일이 있다며 도서관으로 가버려서 오늘은 혼자였다. 스쿨버스에서 내리자 오늘 아침에 본 옆집남자가 쓰레기를 버리고 있었다. 딘은 아무렇지 않은 듯 지나가려고 했지만 왠지 남자의 측은한 모습이 눈에 걸리는 바람에 자신도 모르게 가만히 바라보았다. 남자는 그의 시선은 느꼈는지 고개를 돌려 딘을 바라보았고, 딘은 남자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살풋 웃으며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 안녕.”

딘은 남자의 짤막한 대답에 올렸던 손을 무안하게 내렸다.

집안으로 들어가니 역시나 집은 횡 했다. 아버지도 없고, 샘도 없으니 횡 할만도 하다. 딘은 2층에 있는 제 방으로 가서는 가방을 내 팽겨 놓고 창문을 열었다. 여태 닫아둬서인지 먼지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딘은 침대에 드러누워 천장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머릿속에는 괜히 옆집 남자가 생각났다. 그의 반응이 시큰둥했던 것 때문인지, 그에게서 느껴지는 이상하게 특이한 분위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괜히 신경 쓰였다. 딘은 이리저리 몸을 뒤척이더니 이내 창문 너머로 몸을 빼어 옆집을 살폈다. 하지만 남자는 벌써 들어가고도 남았다. 그렇기에 남자의 모습은 털끝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딘은 한숨을 내뱉고는 머리를 긁적이며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정말 텅텅 비어 있었다. 뭐라도 먹으려면 나갈 수밖에 없었다. 딘은 오늘로서 두 번째의 한숨을 내뱉고는 소파에 걸쳐놨던 옷을 입고는 집을 나섰다.

아직 날이 추워서인지 입김이 나왔다.

 

마트로 들어가서는 바구니를 들었다. 샘이라면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채소들을 집어 들었을 태지만 딘은 바로 통조림 코너로 갔다. 역시 들어서자마자 각양각색의 통조림들이 있었다. 딘은 가만히 고민하는가 싶더니 아니나 다를까 거의 쓸어 담 듯 통조림들을 바구니 안에 담아댔다. 어느새 바구니는 통조림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딘은 장바구니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다시 야채 코너로 향했다. 그때, 딘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 남자였다. 옆집에 이사 온 그 남자. 딘은 그 남자를 힐끔 보더니 이내 그의 옆쪽으로 가, 야채를 골랐다.

안녕하세요?”

딘은 자연스럽게 남자에게 인사를 했다. 하지만 남자는 대답 없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딘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이 마치 강아지 같아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을 뻔했다.

여기 야채는 좋아요.”

역시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딘은 신경 쓰지 않고 저번에 샘과 왔을 때 산 야채들을 담았다.

자주 봬요.”

딘은 눈을 접어 웃으며 남자에게 인사를 했다. 하지만 남자는 여전히 딘에게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샘은 문을 열자마자 시끄러운 음악소리에 한숨을 쉬었다.

!! 소리 좀 낮춰!”

하지만 2층까지 그 목소리가 이 시끄러운 음악소리를 뚫고 들릴 리가 없었다. 아니 애초에 들리더라도 딘은 샘의 말을 들을 리가 없었다. 결국 샘은 가방을 내려놓고 2층으로 올라갔다.

소리! 좀 낮춰!”

딘은 제 옆에서 바로 소리를 치자 그제야 알아들었는지 음악을 끄고 샘을 바라보았다.

장봐왔어, 이것저것 사놨다.”

샘은 그런 딘을 마치 말썽쟁이 아들을 보는 듯이 바라보고는 정리가 되지 않은 방바닥에 너저분하게 놓인 옷들을 집어 들어 딘이 누워 있는 침대로 던졌다. 하지만 딘은 다시 음악을 틀고는 만화책을 집어 들었다.

여기 좀 치워. 창문도 좀 열어놓고. 먼지 냄새나.”

알았어, 할 테니까 그렇게 보지 말고 내려가~”

샘은 딘이 영 못 미더웠지만 자신이 여기 더 있어봤자 뭐가 더 나아질 탠가, 샘은 결국 다시 1층으로 내려가 부엌으로 갔다. 냉장고를 열자 딘의 말대로 오늘 아침과는 다르게 가득 차 있었다.

 

샘이 가고, 딘은 음악을 끄고는 바닥에 있는 옷들을 집어 들어 1층으로 내려가 세탁기 옆 빨래 통에 집어넣었다. 비어 있던 통이 그의 빨래로 가득 찼다.

창문을 열자 찬 공기가 들어왔지만 나름 괜찮았다. 집과 집 사이가 멀지 않아 옆집 창문 너머의 방이 훤히 보였다. 거기다 남자는 오늘 이사를 와서인지 커튼도 해놓지 않아 더 더욱 훤히 보였다. 딘은 자신도 모르게 그 방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때 방안으로 남자가 들어왔고 남자는 상자를 들고 와 짐을 정리했다. 분명히 남자였다. 거기다 오늘 처음 보는 옆집에 이사 온 남자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자신도 모르게 신경이 쓰였다. 그저 처음 본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라기에는 왠지 그 궁금증이 아직까지도 끊이질 않았다. 딘은 가만히 그를 바라보더니 이내 창문을 닫았다.

 

 

딘은 콘 샐러드를 휘적거리더니 마카로니와 함께 퍼먹었다.

새미, 옆집 사람 봤어?”

아니, 아침에 잠깐 본 이후로 못 봤는데.”

딘은 완두콩을 우물우물 먹으며 눈을 깜박이더니 다 먹은 건지 남은 음식을 입에 털어 넣고는 싱크대에 집어넣었다.

왠지 그 사람 묘해.”

무슨 말이야. 뭐가 묘해.”

옆집 사람.”

샘은 딘의 말에 딘을 힐끗 보더니 물을 마셨다.

, 갑자기 왜 그래.”

뭐가.”

갑자기 왜 옆집을 신경 쓰냐고.”

딘은 샘의 물음에 말문이 막혔다. 그래, 샘의 말대로 왜 자신이 옆집을 신경 쓰지? 하지만 그것은 딘 자신도 몰랐다. 자신도 그에게 신경이 쓰이는 자신이 이상할 뿐이었다.

? ?”

, .... 몰라.”

딘은 말을 어물거리더니 이내 바로 2층으로 올라갔다. 샘은 그런 딘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접시에 남은 음식을 입에 넣었다.

 

이 요상한 느낌은 아침이 되어서도 끊이질 않았다. 딘은 1층으로 내려가 부스스한 머리를 쓸며 욕실로 들어갔다. 욕실에는 샘이 먼저 양치를 하고 있었고, 딘은 세면대 앞을 가리고 있는 커다란 샘을 옆으로 밀고는 제 칫솔에 치약을 묻혀 입안에 넣었다.

형 좀 비켜..”

가만히 있어 비좁아.”

커다란 남정네 둘이 들어가니 좁을 만도 하다. 샘은 결국 양치를 마치고는 먼저 나와 아침을 준비했다. 뭐 아침이라고 해봤자 계란프라이와 우유, 콩 통조림이 전부다.

딘은 얼굴에 묻은 물기들을 닦고는 부엌으로 갔다.

빨리 먹어. 옷도 안 입었잖아.”

딘은 샘의 말에 앉자마자 음식을 입안으로 넣었다. 양도 적어 먹는 것은 금방이었다.

 

 

딘은 거의 하루 종일 수업에 집중을 하지 못했다. 물론 평소에도 집중을 한 적이 있냐 만은, 오늘은 더 심했다. 거의 영혼이 빠진 것 같이 멍해보였다. 어찌나 멍해보였는지 제 옆자리에 앉은 데이비드가 괜찮냐며 진심으로 물을 정도였다.

이렇게 멍한 것은 다 옆집 남자 때문이었다. 아니, 그에게 신경 쓰는 자신의 무의식 때문이었다. 돌아서면 그 남자의 파란 눈이 떠올랐고,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해도 자꾸만 마트에서 보았던 그의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 그때마다 잊으려고 했지만 역시 돌아서면 또 다시 생각이 났다.

 

...”

왜 한숨을 쉬냐.”

딘은 마른세수를 하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런 딘이 정말로 걱정되기 시작했는지 톰이 딘에게 농구공을 던지며 말했다.

무슨 일인데.”

딘은 톰이 던진 농구공을 잡고는 퉁, , 몇 번 튕기더니 또 다시 한숨을 쉬었다. 톰은 그렇게 한숨만 푹푹 내뱉는 딘을 보다 못해 신경쓰인다는 듯 딘에게 다시 물었다.

왜 그러냐고.”

.”

왜 그러는데. 너 지금 완전 얼빠진 놈 같아.”

딘은 농구공을 톰에게 던졌다.

어떤 사람을 만났어, 우연찮게 본 거지.”

.”

그 사람은 항상 나한테 아무 말도 안 해. 그런데 난 계속 그 사람한테 왜인지 계속을 인사를 하고, 말을 걸어.”

톰은 딘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농구공을 던졌다. 딘은 톰이 던진 공을 잡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톰은 요상한 표정을 짓더니 한숨을 쉬었다.

너 그 사람 좋아하냐?”

그 순간 딘은 자신도 모르게 속 안에서 무언가가 올라왔다. 딘은 공을 치며 골대로 다가갔고 이내 공을 골대 안으로 넣었다.

“... 아니.”

딘의 대답에 톰은 가만히 바라보더니 다시 물었다.

그럼 뭔데, 왜 신경 쓰는 건데. 그 사람은 대답도 안 한다면서, 그런데 왜 넌 계속 인사하고 묻고, 하는 건데.”

딘은 또 다시 말문이 막혔다.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저도 그 이유를 너무나도 알고 싶었다. 왜 자신이, 왜 본지 이틀 정도 밖에 안 된 사람을, 그것도 아침이나 운 좋으면 보는 남자를 신경 쓰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오히려 그걸 제게 묻고 싶은 건 자신이었다.

“.... 몰라.”

딘은 굴러가는 공을 가만히 보더니 주워 톰에게 던졌다. 톰은 그런 딘을 가만히 보더니 바닥에서 일어나 옷을 털었다.

너 생각보다 멍청한 놈이야.”

닥쳐.”

톰은 딘의 어깨를 툭 쳤다.

 

톰이 가고 한 몇 분을 그곳에 혼자서 멍하니 있다 보니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딘은 날이 어두워지려고 하자, 그제야 시간이 꽤 지났다는 것을 알고는 버스정류장으로 뛰어갔다. 딱 그가 도착을 하자 운 좋게 버스가 그의 앞에 멈춰 섰다.

 

 

버스에서 내리자 거의 해가 완전히 질 때였다. 딘은 터덜터덜 힘없이 집으로 걸어갔다. 집에 다 와갈 쯤, 옆집 앞을 지나자 반대편에서 옆집 남자가 걸어왔다. 남자는 회사에 갔다 이제 퇴근을 하는 건지 정장에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었다. 물론 옷들은 다림질도 안했는지 자글자글하게 주름이 져 있었다. 하지만 딘은 개의치 않고 남자를 향해 인사를 했다.

이제 오세요?”

남자는 딘의 말에 걸음을 멈추고 딘을 바라보았다. 남자는 여전히 대답이 없었지만 딘은 그저 남자를 봤다는 거에 괜히 좋았다.

들어가세요.”

딘은 살풋 웃으며 그를 지나쳐 제 집으로 들어가려고 발걸음을 옮겼다.

 

끼익, .’

딘은 집안에 들어오자마자 소파에 엎어졌다. 방금 전에 있었던 일을 다시 생각해보니 너무나도 바보 같았다. 그렇게 하루 종일 신경이 곤두서 있었는데 옆집 남자를 보자마자 미소가 절로 나타났다. 도저히 자신이 왜 이러는지 몰랐다. 톰의 말을 곱씹으며 자신의 행동을 생각해보니 그의 말이 맞을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인정할 수 없었다. 자신이 그 사람을? 아저씨에 옆집에 사는 그 남자를? 당치도 않았다.

 

, 밥 먹어.”

딘은 말없이 부엌으로 가 자리에 앉았다. 오늘도 메뉴는 똑같았다. 이젠 완전 질렸지만 딱히 특별한 걸 원하지는 않았다. 애초에 지금 자신들의 형편으로는 이정도도 꽤나 호강에 겨웠다.

옆집 말이야.”

딘은 자신도 모르게 옆집이라는 말에 수저질을 멈칫거렸다.

.”

꽤 좋은 사람 같더라. 쓰레기 버리려고 나갔는데 딱 만나서 인사를 했더니 좀 무뚝뚝해 보여도 인사를 받아주더라고.”

딘은 그 순간 정말로 수저질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인사를 받아줬다니. 제겐 파란 눈으로 저를 바라볼 뿐이었으면서, 아니 어떨 땐 절 보지도 않았으면서 왜 샘에게는 인사를 받아주는 거지?

“... ? 왜 그래.”

“.. 아무 것도 아니야.”

딘은 자신도 모르게 포크를 잡은 손을 떨었는지 샘이 괜찮냐며 물었다. 딘은 포크를 놓고 가만히 접시를 보더니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남은 음식을 버리고는 제 방으로 올라갔다.

 

 

바보 같았다. 왜 인사를 안 받아준 것뿐인데, 이렇게 제가 반응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제게 특별한 사람도 아니고, 그저 옆집에 사는 이웃일 뿐인데, 왜 이렇게 신경이 쓰이는지 알 수가 없었다.

딘은 곰곰이 생각을 하더니 헛웃음이 나왔다. 제게는 대답도 안 했으면서 샘에게는 인사를 되받아쳤다니, 제가 싫은 건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걸까? 온갖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아님, 샘이 좋은 건가? 딘은 그 순간 침대에 엎어져서는 제 머리를 쥐어뜯을 듯 잡았다. 도대체 그가 뭐라고, 샘을 좋아하나? 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샘에게 질투를 느끼고, 괜히 미워지기 까지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샘까지 미워할 뻔한, 자신이 너무나도 싫었다.

 

 

 

 

 

 

 

 

 

 

 

 

 

 

 

 

 

 

 

 

주말 아침은 역시, 한가로웠다.

딘은 침대에서 몇 번 꾸물대더니 몸을 일으켰다. 시계를 보니 벌써 8시였다. 역시 주중이라면 꿈도 못 꿀 기상시간이다. 딘은 기지개를 쭉 펴곤 머리를 긁적였다. 어젯밤 너무 신경을 곤두 새웠더니 지금에서야 몸이 피곤함을 느꼈는지 몸이 쳐졌다. 딘은 침대 끄트머리에 앉아서는 가만히 시계를 보더니 쳐지는 몸을 이끌고 방을 나가 1층으로 내려갔다. 샘은 벌써 일어나 소파에 앉아 TV쇼를 보고 있었다. 뭐 딱히 재미있어서 보는 건 아닌 것 같았다. 보아하니 꾸벅꾸벅 졸고 있는 것 같은 게 대충 틀어놓고 그대로 다시 잠든 것이 분명했다. 딘은 하품을 하며 냉장고를 열어 우유를 꺼냈다. 역시 아침에는 우유만한 게 없었다.

그때 샘이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 밥 어떡할 거야..”

딘은 샘의 말에 가만히 곰곰이 생각하는 듯하더니 딘은 소파에 걸쳐놨던 옷을 집어 들어 입었다.

나가서 먹을 거야, 너 알아서 먹어.”

딘은 대충 옷을 걸치곤 하품을 한 번 더 내뱉으며 문을 열었다.

아직 아침은 아침인지라 공기가 좀 쌀쌀했다. 딘은 집 앞에 멍하니 서서 어디로 갈지 고민했다. 딘은 이리저리 둘러보는 가 싶더니 옆집에 시선을 두었다. 그러고 보니, 옆집 남자를 보지 못했다. 어제 아침을 재외하고는 집에 불이 켜지지 않았다. 집에 들어오지 않은 것 같았다. 딘은 그 집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이내 시선을 거두곤 길로 나갔다.

그때 도로에 차가 지나가더니 옆집 앞에서 멈추었다. 못 보던 차였다. 아니 애초에 옆집 남자는 차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딘은 자신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었다. 차가 멈추자 이내 운전석에서 한 남자가 내렸다. 남자는 조수석 문을 열고는 무언가를 들어올렸다. 이내 그것을 차안에서 꺼내었는데, 믿을 수가 없었다. 그 남자에게 들려 있는, 아니 안겨 있는 것은 잠들어 있는 옆집남자였다. 딘은 그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획 고개를 돌려 빤히 바라보았다. 남자는 그 옆집남자를 안아들고는 마치 제 집인 양,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들어갔다. 남자는 열쇠를 가지고 있었고, 옆집남자를 안아들고 들어갔다. 그대로 들어간 것이다. 딘은 자신도 모르게 왠지 묘했다. 괜히 싫었다. 자신이 왜 이러는지도 몰랐다. 그저 힘이 빠졌고, 괜히 저 남자가 미웠다.

 

 

딘은 버거를 시키고는 자리에 앉아 계속 방금 전에 보았던 그 장면을 떠올리고, 떠올렸다. 하지만 그때마다 항상 그 생각으로 머릿속이 찼고 옆집남자를 안고 있던 그 남자가 신경 쓰였다.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괜히 그 남자와 옆집남자의 관계가 궁금했다. 온갖 생각이 다 떠올랐다. 친구일까? 직장동료? 아님 연인?! 딘은 그 순간 자신도 모르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 순간 그 식당에 있던 손님들은 일제히 딘을 보았고, 딘은 갑자기 시선이 몰리자 그제야 자신이 돌발행동을 했다는 것을 알고 자리에 다시 앉았다.

나온 버거를 한 입 먹으며 곰곰이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남자의 얼굴을 생각하면 괜히 기분이 무거웠다. 점점 무거워지는 기분에 입맛도 없어졌는지 별로 먹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결국 먹던 버거를 내려놓고는 그대로 나와 버렸다.

 

 

왜 자꾸만 옆집남자를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갑자기 싱숭생숭해지는 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대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딘은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다 달았을 때, 옆집에서 우당탕하는 소리가 들렸다. 딘은 고개를 돌려 옆집을 보았다.

캐스, 그렇게 내쫓을 거야?”

“... 가라.”

옆집남자와 그 남자였다.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남자는 친한 건지 이름을 부르며 옆집남자의 단호한 말투에도 신경을 쓰지 않고 그를 바라보며 말하고 있었다.

너 계속 여기 있을 거야?”

“... 가지 않을 거다.”

옆집남자는 무엇 때문인지 몸을 비틀거리며 남자에게 말했다. 하지만 남자는 그런 남자의 말에도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바라만 보더니 이내 돌아서, 도로에 주차한 차로 갔다. 남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갔고, 옆집남자는 남자가 가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그대로 주저 앉아버렸다.

그 순간, 자신도 모르게 몸이 먼저 움직인 것 같았다.

딘은 옆집으로 달려가, 옆집남자에게 다가갔다.

괜찮아요?!”

하지만 남자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남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고 말도 할 힘이 없는지 숨만 겨우 쉬었다. 딘은 더 이상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남자를 안아 올려 집안으로 들어갔다. 침대가 어디 있는지는 대충 짐작이 갔기에 곧장 2층으로 올라갔다. 역시나 2층에 남자의 방이 있었고 침대 또한 그곳에 있었다. 딘은 남자를 그 곳에 눕히고는 아래로 내려가 아무 수건이나 꺼내 물에 적셔 꼭 짜서 곧장 2층으로 올라갔다.

남자는 끙끙 거리며 몸을 비틀었다.

조금만 참아요. 무슨 일이야 이게..”

딘은 물수건을 접어 남자의 이마에 올렸다. 남자는 차가운 물수건이 이마에 닿자 조금 움찔거리며 몸을 비틀었다.

으응... ..”

잠깐만 참아요.”

남자는 꽤 많이 아파서인지 몸을 비틀었다. 딘은 남자를 가만히 보더니 하나 더 챙겨온 수건으로 식은땀을 닦아주었다. 남자는 열이 펄펄 끓었고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정신도 없어보였다. 딘은 침대 앞에 앉아 가만히 남자를 바라보더니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남자의 코끝을 건들었다. 하지만 남자는 세상모르고 자고 있었고, 열이 떨어지고 있는지 숨소리도 고르게 변해갔다. 그리고 자신도 그때서야 남의 집에 무단으로 들어왔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위급한 상황에 도와준 것이지만 좀 더 있다가는 완전히 주거 침입이 될 것이다. 남자의 상태가 괜찮은 것 같아 가더라도 크게 걱정되지는 않겠지만 왠지 아쉬웠다. 하지만 딘은 그래도 가야한다는 생각에 결국 남자를 힐끗 보더니 침실을 나가려고 했다. 그때, 남자가 네 옷자락을 꼭 쥐었다.

“.... , 캐스..?”

하지만 잠꼬대였는지 이내 남자의 손에는 힘이 풀리며 제 옷자락을 놓았다. 그럼에도 딘은 남자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싱숭생숭하기만 했던 마음이 터질 것만 같이 부풀어 오르는 듯 했다. 딘은 이내 제 뺨을 만지더니 그대로 방을 뛰쳐나갔다.

“damn it...”

제 뺨에 가져다댄 손에서 뜨뜻미지근한 감이 느껴졌다. 분명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제 얼굴은 거의 홍당무가 되어 있을 것이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저를 향해 무어라 말을 하는 샘의 말을 듣지도 않고 바로 2층으로 올라가 제 방으로 들어갔다.

아직도 심장이 뛰었다. 심장이 뛰다 못해 터질 것만 같았다.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다. 애초에 연애를 해본적도 없었고(연애를 아예 해본 적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정말로 사랑했던 사람이 없었다. 오래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니, 예전에 정말 그나마 오랫동안 만났던 애와 있어도 이렇게 심장이 떨리지는 않았다. 그저 그 애가 예쁘다. 참 예쁘다. 정말 이 정도였다. 이렇게까지 심장이 뛰는 것은 정말, 정말 처음이라는 것이다!

딘은 침대에 드러누워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는 중얼거렸다.

젠장... 내가 진짜로... 진짜로, 그 사람을...”

괜히 그 얼굴이 다시 떠올랐다. 젠장, 아랫도리가 뻐근했다. 아픈 사람을 상대로 욕정을 느끼다니 거의 최악이었다. 딘은 돌아누워 마른세수를 하더니 한숨을 내뱉더니 이내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 밖을 보았다. 하지만 옆집에는 여전히 남자가 누워 있었고 정말 깊게 잠들었는지 조금의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 인정한다. 난 내 옆집에 사는 캐스를 좋아하고 있다.

 

 

샘은 딘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이내 먹던 것까지 멈추고는 딘에게 물었다.

, 들어올 때는 그렇게 획하고 들어가더니, 무슨 일인데 그렇게 웃는 거야?”

샘이 묻자 딘은 숨을 탁 내뱉더니 이내 활짝 웃으며 꽤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너 옆집 사람 이름 알아?”

대화를 나눈 적은 없어서 몰라. ?”

“‘캐스인 것 같던데...”

캐스?... 본명이야?”

딘은 마카로니를 양껏 입에 넣어 우물우물 씹더니 이내 삼켰다.

몰라.”

근데 그 사람 이름이 왜 캐스일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형 설마...”

샘은 딘을 향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그 눈빛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당연히 안다. 그리고 그것은 당연히 아니었다.

난 스토킹 같은 거 안 해, 그냥...”

딱히 나쁜 짓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왠지 샘에게 말하는 것이 꺼려졌다. 생각해보아라, 갑자기 옆집에서 현관 앞에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그 누군가가 가고 나서 남자가 갑자기쓰러져서, 제가 그 사람을 간호해주고 왔다고 말하기에는, 역시 우연치고 너무나도 겹쳤고, 굳이 자신이 생판 남인 사람들이 대화를 하는 것에 집중을 했다는 것부터가 너무나도 현실성이 떨어졌다.

, ?”

“...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우연찮게 안거야, 의심하지 마.”

샘은 딘의 말에 별 대꾸를 하지 않고 먹던 음식을 집어먹었다.

남자의 그 얼굴이, 자신을 잡던 손이 자꾸만 떠올라 저도 모르게 히죽히죽 웃음이 났다.

 

 

주말이 끝나고 또 다시 월요일이 돌아왔다. 일어나는 것부터가 꽤나 곤욕이었지만 일어날 수밖에 없었기에 억지로 제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갔다.

소파에 걸쳐둔 옷 중에 아무거나 집어서는 다시 입었다. 항상 샘은 옷은 제 방에 두어라고 하지만 항상 자신도 모르게 소파에 두었고, 이젠 샘도 포기했는지 말을 하지 않았다. 딘은 하품을 푹 내뱉으며 현관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때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리자 옆집 남자가 마침 나오고 있었다. 딘은 자신도 모르게 입이 귀에 걸리도록 웃을 뻔했다. 어제, 자신이 짝사랑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인정한 뒤로부터는 계속 남자를 보면 계속 묘한 기분과 싱숭생숭함, 두근거림이 얽혀 이상한 기분을 만들어냈다.

, 빨리 가자.”

그리고 그 순간 또 다시 몸이 먼저 움직이고 말았다. 딘은 샘의 말을 무시하고 뛰어가, 옆집 앞으로 갔다. 그러자 남자는 딘을 가만히 바라보았고, 딘은 자연스럽게 인사를 했다.

좋은 아침이에요.”

하지만 남자는 딘의 인사에도 고개를 획 돌리고는 걸음을 재촉하며 반대방향으로 갔다. 딘은 그 순간 허무함을 느꼈지만 잘 생각해보니 남자의 뺨이 조금 붉었다는 것을 생각하며 홀로 이상한 상상을 하며 실긋 실긋 웃었다. 그러자 제 옆으로 샘이 다가와서는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 , 갑자기 왜 그래?”

그러자 딘은 자신도 모르게 툭 말을 내뱉었다.

, 우리 옆집, 괜찮지 않냐?”

그리고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자신을 향한 샘의 이상한 시선을 거둘 수가 없었다.

 

 

 

 

 

 

 

 

 

 

 

 

 

 

 

 

 

 

 

이렇게 공기가 좋을 수가 없었다. 물론 제 옆으로는 배기가스를 쉴 새 없이 내뿜는 차들이 휙휙 지나다니고, 제 앞에는 흡연구역이 보였지만 저에게 오늘은 최고, 최고 그 자체였다.

 

수학시간 내내 선생님 목소리가 이렇게 아름답게 들린 적이 없었다(물론 단 하나도 머릿속으로 들어오지 않았지만). 딘은 턱을 괴고 창문을 보았다. 블라인드가 쳐져있어 정말 조금씩 빛이 보였지만 그 빛들을 보니 문득 또 다시 오늘아침에 보았던 남자의 얼굴이 생각났다.

남들이 보면 자신이 정말 미쳤다고 생각하지만, 그래 나도 내 스스로가 미쳤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자신도 모르게 숨이 막힐 정도로 좋았다.

 

농구공을 한껏 튕기며 골대로 돌진했다. 기분이 좋으니 훨씬 더 잘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제가 튕기던 그 공은 당연하게 골대 속으로 들어갔다.

벤치에 앉아 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숨이 탁 트이는 것이 꽤나 맑아지는 것 같았다. 그때, 톰이 제 어깨를 툭 치며 물었다.

무슨 좋은 일 있냐?”

, 그렇게 티 났냐?”

엄청 멍청하게 웃고 있는데 모를 리가.”

톰은 쾌활하게 웃으며 티셔츠로 얼굴을 벅벅 닦았다.

네 말이 맞았다. 나 그 사람 좋아해.”

톰은 그 말에 또 다시 웃더니 딘의 어깨를 툭툭 쳤다.

잘 되면 내 탓이다.”

닥쳐, 내가 주말에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아냐?”

딘은 실실 웃으며 톰을 밀치듯 쳤다.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아이들이 벌 때 같이 몰려들어서는 딘이 좋아하는 사람을 알려 들었다. 하지만 딘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그저 물을 모두 입에 털어 마시며 웃었다.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가니 벌써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가고 있었다. 딘은 어서 샤워를 하고 싶었다. 땀으로 온몸을 샤워 했으니 찝찝하지 아니할 수가 없었다.

그때, 제 앞으로 옆집 남자가 걸어왔다. 딘은 살풋 웃으며 남자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

하지만 역시 대답이 없었다. 하지만 딘은 오늘만큼은 여기서 멈추고 싶지 않았다. 딘은 자연스럽게 남자의 옆을 걸으며 남자에게 물었다.

이름이 뭐에요?”

그러자 남자는 걸음을 멈춰 저를 바라보았다. 파란 눈으로 저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이내 입을 때었다.

“.... 그건 왜 물어보는 건가.”

알고 싶어서요.”

남자는 딘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이내 그의 눈빛에 불순한 의도가 없다는 것을 느꼈는지 이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카스티엘. 카스티엘이다.”

이름을 내뱉는 그의 입술에 잠시 눈이 이끌렸지만 딘은 바로 시선을 고치고는 살풋 웃으며 다시 물어보았다.

이름 불러도 되나요?”

보통 사람이라면 이때부터 그가 저에게 그저 평범한 옆집 사람이라는 감정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남자는 전혀 알지 못한 건지 딘을 힐끗 보더니 작게 대답했다.

“.. 된다.”

카스티엘, 캐스. 라고 불러도 되죠?”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내 그는 바로 제 집으로 쏙 들어갔다. 딘은 그런 그의 뒷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더니 살풋 웃었다. 괜히 승리감이 느껴졌다.

 

캐스, 캐스. ...”

이름을 입술 끝에서 계속 곱씹고 곱씹었다. 별것도 아닌데 괜히 기분이 묘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는 것이다. 딘은 자신이 마치 너무 어린애 같다고 느꼈지만 웃음을 멈출 수는 없었다. 그 파란 눈만 떠올려도 사랑스러워 미칠 것만 같았다.

 

 

그날 이후로는 우연을 빙자한 운명을 만들어갔다. 십대이기에 가능한 배짱일지도 모르겠다. 캐스가 오는 시간을 생각하고 자신도 그맘때 즈음에 집으로 왔다. 그리고 캐스가 맞은편에서 보이면 자신도 모르게 활짝 웃다가 이내 이 모습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울지를 생각하며 약간의 미소만 띄도록 고치고는 그에게 인사를 했다. 그때마다 저를 바라보는 그의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그것만 생각하면 그날 잠은 다 잔 것이었다.

물론 멍청한 십대라 자신도 어쩔 수 없는 놈인 건지 때때로 그를 생각하며 자위를 했다. 처음에는 정말 조금만 생각해도 쪽팔렸다.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자위라니, 차라리 포르노를 보면서 하는 것이 덜 쪽팔렸다. 하지만 이젠 포르노만 봐도 캐스가 생각났기에 더 위험했다. 그랬기에 결국 자주 들어가던 사이트들도 이젠 발길이 끊어진지 오래다. 처음에는 역시 캐스가 자신에게 키스를 하는 상상을, 자신의 위에서 녹아내릴 것 같이 헐떡이는 등의 정말 성적인 것들을 상상하며 자위를 해나갔지만 이젠 그의 작은 입술, 파란 눈, 길게 내리 뻗은 속눈썹 따위를 상상하며 자위를 했다. 이젠 중증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제 자신이 정말 최악이었다. 동정은 아니지만 여전히 판타지는 지우지 못했다.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었다. 정말로 서로 좋아하며 만족스러운 섹스를 하면 전희가 정말 끝없이 느껴진다고. 자신은 지금까지 그런 느낌을 느껴본 적이 없었기에 꼭 한 번 느껴보고 싶었다. 아니, 애초에 아직 캐스의 마음은 어떤지도, 그와 사귀지도 아주 친하지도 않으면서 벌써 홀로 김칫국부터 사발로 마셔대고 있었다. 하지만 상상만으로도 좋았다. 그의 웃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날 몽정을 해버리고 말았다.

첫 몽정이 아니었기에 더 당황스러웠다. 물론 제가 오래 산 사람은 아니지만, 이 나이 먹어서 몽정이라니. 이렇게 당황스러운 적이 없었다. 그리고 꿈속에서,... 더 이상의 말은 생략하겠다.

그래, 꿈속에서의 캐스는 너무나도 섹시했기에 오늘 그의 얼굴을 봤다간 꿈속의 그 얼굴만 떠오를 것 같았다.

“damn it....”

딘은 속옷을 박박 문지르더니 이내 손을 멈추고 고개를 푹 숙였다. 하지만 다시 고개를 들어 속옷을 박박 문질러 씻어내었다. 절대, 절대 자신의 몽정사실을 동생에게 들켜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 .... 아니야.”

샘은 말을 하려다가 말았지만, 딘은 그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단번에 알았다. 딘은 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고는 마른세수를 했다. 결국, 들키고 만 것이다. 샘은 그런 딘의 반응에 피식 웃더니 이내 시리얼을 떠먹으며 물었다.

누구야? 꿈에 나온 사람. , 또 형이 보는 그 포르노에 나오는 그 배우야?”

닥쳐 새미.”

딘은 시리얼을 우물우물 먹으며 샘에게 대답했다. 물론 첫 몽정 상대가 샘이 말하는 그 배우이긴 했다. 하지만 이번에 한 몽정은 정말, ... 생각만 해도 아랫도리가 뻐근해진다.

 

 

도저히 어떤 얼굴로 그를 봐야할지 몰랐다. 막막했다. 몽정 후에 만나는 몽정 속 주인공이라. 이게 무슨 장난 같지도 않은 상황인가. 딘은 옷을 걸치며 곰곰이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내 더 이상 생각할 겨를도 없이 샘이 저를 불렀다.

! 빨리 나와!”

딘은 한숨을 쉬며 일단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을 연습했다.

아직 늦지도 않았어, 뭘 그렇게 재촉해.”

딘은 현관문을 나갔고 다행히 오늘은 캐스가 보이지 않는 듯했다. 는 역시 말도 안 됐다. 이내 제가 길을 나서자마자 마침 나오는 캐스와 눈이 마주쳤고 딘은 속으로 진정을 거의 백만 번 읊으며 그에게 미소를 지었다.

안녕, 캐스.”

안녕, , .”

샘은 살풋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고, 딘 또한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다. 다행히 괜찮게 넘어갔다. 딘은 그가 인사를 하고 간단히 고개를 까딱이더니 이내 가자, 자신도 얼른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샘은 오늘따라 달라 보이는 딘의 모습에 고개를 갸우뚱거렸지만 역시 알지는 못했다.

 

남자애들 사이에서 몽정이야기는 꽤나 놀림거리가 되었다. 특히나 이 나이에 몽정이라니 우스웠다. 그렇기에 딘은 절대 입도 뻥긋하지 않으며 그런 이야기가 나와서 제게 물어도 시치미를 뚝 때었다. 그렇게 스스로 잘 버티고 있었다. 그런데.

헤블스 회사에 사장인 마이클이 그 회사 부장인 카스티엘이랑 사귄데!”

뭐라는 거야, 그 사람 둘이 형제야.”

진짜라니까?”

OH MY GOD. 딘은 그대로 그 자리에서 세상이 끝나버린 듯 그 자리에서 굳어버릴 뻔했다.

 

 

눈을 뜨니 벌써 버스 안이었다. 그 여자애들의 대화를 우연찮게 들어버린 이후로는 정말 제가 숨을 쉬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아니, 충격이었다. 물론 카스티엘이라는 이름이 한 명이 아니고 그 카스티엘이 자신이 알고 있는 그 카스티엘이 아닐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마이클이 누군지는 알았다. 그날 자신이 우연찮게 봐버린 캐스와 싸우던 그 사람이었고, 제가 그날 이후로 우연찮게 발견한 신문 제 1면을 차지하고 있었던 사람이다. 그러니 캐스가 그 캐스가 아닐 확률은 거의 0%에 가깝다는 것이었다.

사귄다... 사귄다니....”

충격은 가시지 않고 여운까지 남겼다. 딘은 멍하니 집을 향해 걸어갔다.

 

침대에 다가가자 그대로 엎어지고 말았다. 힘이 없었다. 완전 뻗어버린 것이다. 몸이 마치 무거운 가죽 같았다. 정말 아무 생각이 안 난다는 것이 이런 느낌인 듯하다. 딘은 몸을 돌려 팔을 벌리고는 천장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정말 캄캄했다. 한 번에 짝사랑이, 환상이, 꿈이 와장창 유리처럼 깨지는 것 같았다. 한숨 밖에 나오지 않았다.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계속 그 사람을 생각하고, 생각하고 결국 이 지경까지 와버린 자신이 한심했다. 물론 그 기사가 진실일지는 몰랐다. 하지만, 도저히 자신이 마이클이라는 그 작자보다 낫지는 않았다. 그 사람은 돈이 많고 뭐든 해줄 수 있고 꽤나 잘생겼지만. ... 물론 저도 잘생겼지만 돈은 없었다.

 

정말 어젯밤, 한숨도 못 잤다. 이렇게 고민을 오래해본 적이 없었다. 거기다 확실하지도 않은, 애초에 자신이 그 사람의 정식 연인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고민을 한 것에 스스로가 미련하기도 했고, 그에게 어떻게 물어볼까도 고민되었다. 딘은 온갖 생각을 모두 복잡하게 머릿속에서 늘어놓았다.

....”

무언가가 들리는 듯했다. 하지만 정확히 알 수 없었다.

“.... ,.. ...”

아무것도 아니라며 넘기려고 한 그 순간, 무언가 제 어깨를 확 잡더니 귀에 다 대고 소리쳤다.

! 왜 정신을 놓고 있어. 우유 넘쳐!”

“... ...”

딘은 샘의 말에 그제야 아래를 보았고, 샘의 말처럼 우유는 완전히 넘치기 일보직전이었다. 딘은 흠칫 놀라서는 바로 붓던 것을 멈추곤 우유를 닫아 냉장고에 넣었다. 머릿속이 자꾸만 이런 저런 생각들로 가득 차 있는 탓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 damn it...”

딘은 마른세수를 하더니 결국 넘칠 것 같은 우유를 조금 마시고는 거의 우유에 완전히 잠겨 보이지도 않는 시리얼을 퍼먹었다. 샘은 그런 딘을 가만히 보더니 이내 걱정스레 물었다.

, 괜찮은 거야?”

“.. ... 아무것도 아니다.”

딘은 샘에게 별 이야기도 하지 않고 그저 퍼먹기만 하였다.

 

 

 

 

 

 

 

 

 

 

 

 

 

 

 

 

 

 

 

 

 

 

 

 

 

 

 

 

짝사랑이 이렇게도 어려운 것인지 처음 알았다. 새삼스레 짝사랑하는 이들이 얼마나 힘든지를 알게 되었다. 간혹 어떤 이는 한 사람을 거의 몇 년을 짝사랑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자신은 뭐 짝사랑이 그렇게 대단하다고... 하며 무심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의 나 자신을 정말로 짝사랑을 해보지 않고는 멋대로 지껄이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짝사랑은 정말 곤욕이다. 홀로 하나의 길만 계속 걷는 것 같다. 무엇이 나타날지도 모르고, 어떤 상황이 올지도 모르는 미지의 길을 걷고, 걷고, 또 걷는 것 같았다.

캐스를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은 지, 거의 한 달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젠 어느 정도 캐스와 대화를 나누는 것도 가능했으며 자신이 느끼기에는 어느 정도 친해졌다고 생각 한다(물론 캐스는 어떨지 모른다. 여전히 그와 어색한 건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제가 살아보면서 누군가를 이렇게 홀로, 좋아한 적은 처음이었다. 항상 어떻게 누군가를 사귀어도, 만나도 어색하고 불편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지금은 서로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저 홀로 짝사랑을 하는 것임에도 이렇게 오랫동안 마음이 바뀌지 않았다는 것에 스스로 신기하다고 느낄 뿐이었다.

여전히 딘과 마이클에 대한 이야기는 알 수 없었다. 그날 이후부터는 신문을 보지 않았기에 마이클이 그 소문에 대해 어떤 대답을 했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렇기에 저는 여전히 캐스는 제게는 마음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좋다. 제가 좋아한다고 그가 좋아할 수는 없다. 제가 그 마음을 바꿔주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바꾸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딘은 잔디 깎기 기계를 틀며 홀로 어제 본 캐스의 모습이라던가, 표정이라던가, 말 따위를 생각하며 잔디를 깎았다.

그때, 집으로 캐스가 오고 있었다. 딘은 그 모습에 한껏 입 꼬리를 올려 웃으며 그에게 손을 흔들었다.

캐스, 어디 갔다 와요?”

딘은 자연스럽게 캐스에게 다가가 말했다. 캐스는 딘의 물음에 잠깐 뜸을 들이는 가 싶더니 제 눈을 피하며 말했다.

아무 일도 아니었다. ...”

딘은 갑자기 제 눈을 피하며 말끝까지 흐리는 캐스가 걱정되었고, 자신도 모르게 캐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서 물었다.

혹시 어디 아파요? 무슨 일에요.”

하지만 계속 캐스는 아무 일도 아니라며 대답하기를 피했다. 딘은 더 묻고 싶었지만 빛이 드리우지 않고 어둑한 캐스의 모습을 보니 도저히 더 이상 물을 수가 없었다. 결국 딘은 그런 캐스를 가만히 보더니 이내 가볍게 한 마디를 더 내뱉었다.

가서 쉬어요.”

캐스는 딘의 말에 눈만 깜박이더니 이내 제 집으로 들어갔다. 딘은 그저 그런 캐스를 물 미끄럼이 바라보며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럴 때면 마음이 쉽게 안정되지 못했다.

 

그날 이후로 캐스를 볼 수 없었다. 주말 내내 집밖으로 나오지도 않았으며, 집에는 찾아오는 사람도 없어 문이 열릴 때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딘은 샌드위치를 물 미끄럼이 보더니 이내 한 입 먹었다. 역시 눅눅했다. 애초에 조리된 식품을 사와서 집까지 가져왔는데 눅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때 샘이 집으로 들어왔다. 샘은 들어와서 부엌에 있는 저를 가만히 보더니 잔소리하듯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 또 샌드위치야? 질리지도 않아? 그리고 계속 그것만 먹다가는 몸 상해, 제발 멀쩡한 걸 먹으란 말이야.”

딘은 그럴 때마다 제 동생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잔소리가 날로 늘어나는 것 같았다. 물론 그때마다 딘은 애초에 듣는 척도 안하긴 하지만야.

카스티엘 씨가 아프신 것 같아.”

아파? 네가 어떻게 알아.”

어떻게 알기는 방금 전에 우연찮게 마주쳤어, 며칠 새에 마르셨더라. 딘의 샘의 말에 홀로 누구 한 명 없이 그 너른 침대에 누워 있을 캐스를 생각하니 마음이 답답했다. 아프다니, 생각도 못했다. 그날 그렇게 피곤해보이고 힘들어 보였던 것이 이렇게 까지나 아픈 건줄, 정말 몰랐다. 잠깐 피곤해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까지 나오지 않은 것을 보니 걱정되었다. 마음 같아서는 잠깐이라도 얼굴을 보고 그의 몸 상태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아무리 친하다고 해도 갑자기 대뜸 집에 찾아가도 되는 그런 사이는 아니었다. 아무리 제가 걱정되어서 간다지만...

하지만 제 몸은 이미 캐스의 집 앞에 도착한 뒤였다.

 

 

딘은 잠시 고민하더니 바로 초인종을 눌렀다. 초인종 소리가 집안 전체를 울리는 가 싶더니, 잠시 뒤 문이 열렸다.

“... .....?”

열린 문 너머에는 꽤 멀쩡해 보이는 캐스가 저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딘은 캐스의 말에 잠깐 말을 내뱉지 못하더니 이내 자연스럽게 평소처럼 웃으며 인사를 했다.

.. 캐스, 몸은 괜찮아요? 아픈 것 같은.. .... 캐스..?”

딘은 차근히 말을 내뱉으며 갈 곳 잃은 시선을 이리저리 옮기더니 캐스의 목에 나 있는, 척보아도 이것은 무언가에 강하게 쓸린 자국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는 이런 저런 멍 자국을 보고 말았다. 딘은 그 멍 자국을 보더니 바로 캐스의 눈을 바라보며 무슨 일이냐며 묻는 듯 바라보았다. 하지만 캐스는 아무런 대답도 말도 하지 않았다. 캐스는 딘이 눈치 챈 것 같자, 바로 또 다시 시선을 피할 뿐이었다.

캐스, 무슨 일이에요... 말을..”

, 돌아가라.. , ... 쉬어야겠다..”

캐스는 바로 문을 닫으려고 했지만 딘의 단도직입적인 말에 팔을 멈추었다.

잠깐만요, 잠깐만... .... 혹시 자해했어요?”

캐스는 맞는 것인지 입만 꾹 닫으며, 아래로 고개를 떨어뜨려 숨만 겨우겨우 내뱉고 있었다. 딘의 캐스의 그런 모습에 절망감이 느껴졌다. 어쩌자고, 무슨 일로 도대체 무슨 일로 자해를 한 건지, 왜 하려고 했는지. 끝까지 묻고 싶었다.

캐스... 어쩌자고 그런 거예요....”

캐스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제가 바라보지도 못하게 고개를 푹 숙였다.

“.. 제발 대답해줘요..”

“... , ... 그러니까.. 내말을 들어봐라.”

.”

딘은 진지한 자세로 캐스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경청했다.

“... 이건 자해로 생긴 게 아니다. , 자해를 하지 않는다. 이건 길에서 강도를 만나서 생긴 것이다. ...”

딘은 그 순간 얼굴이 벌게지는 듯했다. 자해니 뭐니 이래저래 홀로 떠들어댔는데 캐스가 저리도 단호하게 정정을 하자 갑자기 진지하게 말하던 자신이 쪽팔렸다. 딘은 캐스의 말에 그 커다란 눈을 더 크게 뜨고는 어색하게 눈을 이리저리 도르륵, 도르륵, 굴리더니 결국 어색한 웃음까지 내며 캐스를 바라보았다.

, ,.. 하하하하.. 그랬어요? 아니, 괜찮은 거에요? 그 정도로 심하게 남았는데 잡혔어요?”

딘은 어색해 하더니 다시 생각해보니 강도라도 안 좋은 것이었다. 번뜩 정신을 차리고는 캐스를 커다랗게 뜬 눈으로 살피며 걱정했다. 그러자 캐스는 그런 딘의 모습에 살풋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괜찮다. 잡히진 않았다. 하지만 돈은 뺏기지 않았다.”

딘은 캐스의 말에 활짝 웃으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피해를 본 것은 캐스인데 정작 놀라하는 것이 스스로 생각해도 웃음이 났다. 딘은 결국 웃어버렸고, 캐스도 따라 웃었다.

 

 

 

 

 

 

 

 

 

 

 

 

 

 

 

 

 

 

 

 

 

 

 

 

 

 

 

 

 

 

 

그날 이후로는 조금 더 캐스와 가까워졌다(적어도 자신은 그렇게 느꼈다.). 캐스의 웃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었고, 무엇보다 캐스의 집에 찾아가는 것을 허락 받았다.

딘은 하루하루가 맑아보였다. 세상이 맑아 보인단 말이다. 물론 학교에서는 여전히 마약을 밀거래 하는 애들이 있고, 갱단에 속해 있는 애들도 있어 골칫거리는 여전했지만, 자신에게는 그딴 건 신경 쓰이지 않았다. 캐스와 더 친해졌다는 것만으로도 삶을 살아갈 가치가 생긴 것이다.

딘은 반드시 올해 안으로 캐스에게 고백을 할 작정이었다. 물론 그 것이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자신은 무슨 대답을 받아도 후회를 하지 않을 것 같다. 자신에게 캐스는 지금 10대의 마지막 사랑이자, 20대의 첫 사랑일 것이었다. 딘은 활짝 웃으며 캐스와 함께 저녁을 먹으려고 했다. 이게 다, 요즘 전부터 친하다 싶었던 그 예쁜 애와 저녁을 먹고 오는 가 싶더니 꽤 늦게 들어올 때도 있는 샘 덕분이었다. , 제 동생의 연애가 이렇게 반가운 적은 처음이었다(애초에 샘이 연애를 하는 징조를 보인 것도 처음이었지만 말이다.). 딘은 자주 듣던 올드락을 흥얼거리며 캐스의 집 쪽으로 갔다.

딩동.’

초인종 소리가 집안을 울리는 가 싶더니 이내 문이 열렸다. 딘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들어올렸다. 하지만 제 눈에 보이는 것은 캐스가 아닌, 마이클이었다. 딘은 그 순간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고, 마이클을 아니꼽게 바라보며 물었다.

여기는 또 무슨 볼일이 있어서 오신 겁니까, 마이클 씨.”

딘은 그의 이름에 힘을 주어 말했다. 마이클은 그런 딘의 물음에 눈썹을 들어 올리더니 딘의 말에 대답도 하지 않고 그를 지나쳐 바깥으로 나갔다. 딘은 황당한 마이클의 행동에 헛웃음이 났다.

집안으로 들어가자, 식탁에 홀로 앉아 있는 캐스가 보였다.

캐스, 저 사람이 뭐라고 또 말한 거예요? .... 캐스?”

“.. , 난 괜찮다. , 무슨 일로 온 건가...?”

딘은 왠지 얼이 빠진 듯해 보이는 캐스의 모습에 살짝 걱정되었지만 그래도 그런 그에게 괜히 더 말을 해서 마음을 혼란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딘은 들고 있던 종이봉투 두 개를 들어보였다.

같이 저녁 먹어요.”

캐스는 제게 웃어 보이는 딘에 따라 짧게 웃어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무슨 일이 있는 듯 했다.

 

딘은 야채들을 물에 씻으며 캐스를 힐끗 힐끗 보았다. 캐스는 여전히 무슨 생각에 사로잡혔는지 가만히 자신의 손만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그러다 간간히 저와 눈이 마주치면 그때서야 웃어보였다. 딘은 그런 캐스가 걱정되었지만, 무슨 일이냐고 물을 수는 없었다.

딘은 처음 요리를 해보는 것이었다. 항상 사 먹는 것 밖에 해본 적이 없어 항상 요리도 샘에게 맡겼다. 그렇기에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해주는 것도 처음이지만, 샘 이외의 사람에게 요리를 해주는 것도 처음이었다.

 

, 결과는 거의 실패에 가까웠다. 맛은... 역시 보장하기 어려웠다. 물론 완전 실패는 아니라 아주 이상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역시 완벽하지는 않았다. 평소라면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할 법한 맛이었지만, 지금은 샘이 아닌 캐스에게 주는 것이라 그런지 다른 때보다도 꽤 긴장되었다. 항상 캐스 앞에 있으면 모든 것이 처음인 것 마냥 떨렸다.

딘은 카레와 난을 접시에 담고는 캐스의 앞에 놓았다. 캐스는 제 앞에 놓인 접시를 물 미끄럼이 보았다.

먹어봐요. 맛이... 어떨지는 모르겠네요.”

딘은 꽤 떨리는 목소리로 내뱉었다. 캐스는 딘의 말에 음식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난을 집어 카레에 푹, 찍어 입안에 넣었다. 그리고 정말 다행히도 캐스는 딘을 올려다보며 꿀꺽 삼키곤 살풋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맛있다.”

딘은 그제야 웃으며 마음을 놓았다. 물론 그의 말이 온전히 진실인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하니 한시름 놓였다. 딘은 그제야 자신도 먹기 시작했다.

 

 

그 사람, 전처럼 캐스한테 이상한 이야기한 거예요?”

딘은 밥을 먹으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었다. 캐스는 딘의 물음에 가만히 있더니 이내 입을 때었다.

“... 마이클은, 내 형제다.”

그건 알아요. 하지만, 그러니까.. ,... , 연인 아니에요?”

그 순간 캐스는 먹던 손을 멈추고는 딘을 바라보았다. 정말 무슨 소리냐는 듯한 얼굴이었다. 그러자 딘도 똑같은 표정으로 왜 그런 표정이냐는 듯 바라보았고, 둘은 그 순간 서로를 일제히 바라보았다. 그대로 정적이 감돌았고, 이내 딘이 먼저 입을 땠다.

“.... 아니에요?”

형제는 연인이 아니다. ..”

딘은 그 순간 또 다시 얼굴을 벌겋게 붉히고 말았다. 이번에는 완전히 단단히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태까지 그렇게 믿어왔는데, 아니 부정하기도 했지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니었다니.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정말 쪽팔림에 쪽팔림이었다. 딘은 고개를 도저히 들 자신이 없었다. 완전 착각을 하고 있었다. 거기다 그 둘이 형제관계라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딘은 도저히 얼굴을 들지 못하고 애꿎은 난만 입안에 욱여넣고 있었다.

둘은 그렇게 모든 음식을 다 먹을 때까지 말이 없었다.

 

 

 

 

 

 

 

 

 

 

 

 

 

 

 

다시 생각해도 형제를 연인사이라고 끝까지 믿고 있었다니, 다시 생각해도 그때의 자신이 정말 바보 같았다. 그 순간에는 쪽팔림과 함께 정적 밖에 남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때의 자신을 그저 바보라고 생각하며 여전히 캐스와 잘 지내고 있었다. 이 관계가 영원하길 빌었다. 지금처럼 서로를 편안하게 여기며 어색함 후에도 다시 관계가 돌아올 수 있는 지금이 영원하기를 빌었다.

 

 

며칠 후, 주말 아침이었다. 날은 화창했으며, 꽤나 좋은 날씨였다. 모두가 바깥으로 나가고, 나다니는 그런 날씨였다. 딘은 예전 같으면 이런 날씨에 대충 농구를 하거나, 팝시클을 먹으러 마트에 가며 평범한 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날이 좋으면 바깥보다는 캐스를 보고 싶었다. , 방금 말은 너무 오글거렸다. 하지만 사실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캐스와 어디든지 가고 싶었지만, 연인도 아니고 갑자기 대뜸 옆집에 사는 사람이 애프터 신청을 한다고 생각해보아라. 누구라도 어색하고 이상하다고 느낄 것이다.

딘은 한숨을 쉬며 무언가 고민을 하더니, 소파에서 일어나 옷을 걸쳐 입고 집 밖으로 나갔다. 역시 아직까지는 봄이었다. 날이 그리 춥지는 않았지만 어쨌거나 아직 여름은 아니었기에 참 어중간한 날씨였다.

딘은 무작정 걷고, 걷더니 슈퍼 안으로 들어갔다.

 

슈퍼를 나오자, 손에는 팝시클이 두 개 들려 있었다. 딘은 다른 손을 펴, 남은 돈을 보았다. 25센트. 파산이었다. 하지만 캐스에게 갈 생각을 하자, 파산이고 뭐고 그저 좋았다. 이럴 때는 제 스스로 생각해도 자신은 어렸다. 작은 것에 죽고 살만큼. 어렸다.

캐스의 집 앞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초인종을 눌렀다.

하지만 집안에는 아무런 대답도,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캐스가 자리를 비운 것 같았다. 조금만 기다리면 올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무작정 그 앞에서 기다렸다. 팝시클은 여전히 차가웠고, 아직은 녹지 않았다.

 

 

오 분, 십 분, 이십 분, 삼십 분, 사십 분, 오십 분, 한 시간...

캐스는 오지 않았다. 팝시클은 점점 강해지는 햇빛에 거의 녹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딘은 포기하지 않고 캐스의 집 앞 현관에 앉아 기다렸다. 그가 오기를 기다렸다.

 

두 시간이 흘렀다. 팝시클은 녹아버렸고, 만져보니 물컹물컹한 느낌이 이젠 거의 물이 되기 직전이었다. 여전히 날은 밝았으며, 캐스는 오지 않았다.

 

비가 내린다. 소나기였다. 갑자기 쏴, 쏟아져 내리는 비에 급하게 지붕 밑으로 피했지만 옷이 약간 젖어버렸다. 이젠 팝시클이 완전히 녹아 물이 되었다. 비 탓인지 마치 초봄처럼 추웠으며, 캐스는 여전히 오지 않았다.

 

 

샤워기에서 내리는 비 마냥 쏴아, 내리던 비는 이내 멎어 가는지 추적거리며 웅덩이 위를 텀벙거렸다. 딘은 집 앞에 쪼그려 앉아 다 녹아버린 팝시클을 여전히 놓지 않고 꼭 쥐며 몸을 웅크렸다. 끝까지 오지 않았다. 지금이 몇 시인지도 알 수 없었다. 그저 벌써 5시는 되었겠지, 하며 웅크려 앉아 여전히 캐스를 기다릴 뿐이었다.

그때, 누군가 저를 불렀다.

“.... ?”

딘은 고개를 들어 올려 누군지 확인했다. 캐스였다. 딘은 당장이라도 울 것 같았다. 하지만 입을 꾹 다물며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딘의 머리는 거의 젖어 내려가 있었고, 바깥에 계속 나와 있어서 인지 입술도 새파랬다.

여기는 무슨 일인가?”

어디 갔다 왔어요.”

“... 회사에 갔다 왔다.”

딘은 정장차림인 캐스의 모습에 왠지 허탈했다. 자신은 그것도 모르고 몇 시간을 이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게, 너무나도 바보 같았다. 딘은 몸을 일으켜 옷을 털었다.

캐스는 딘을 가만히 보더니 그의 손에 들려 있는 팝시클을 발견하곤 어떤 상황인지 짐작을 했다. 하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 괜찮나? ...”

괜찮아요. 걱정 마요. 그럼 들어가서 쉬어요. 저도 들어가서 쉬어야겠네요.”

딘은 캐스에게 살풋 미소를 지어 보이며 제 집으로 가려고 했다. 그때, 캐스는 무작정 손을 뻗어 딘의 팔을 잡았다. 딘은 갑자기 잡힌 팔에 고개를 돌려 캐스를 바라보았다.

왜요?”

“.. 우산은 있나..?”

캐스의 말대로 딘에게는 우산이 없었다.

괜찮아요. 바로 옆집인데.”

딘의 말대로 바로 옆집이었다. 뛰어가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캐스는 딘을 이대로 보낼 수가 없었다. 캐스는 딘의 말에도 딘의 팔을 놓지 않고 꼭 잡으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딘은 자신을 바라보는 캐스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 캐스 놔줘요.”

쉬었다가 가라. ... 그렇게 해도 된다.”

캐스는 자신이 왜 이렇게 말했는지 알 수 없었다. 알 수 있는 것은 딘의 눈은 한 없이 슬퍼보였다는 것이었다. 마치 버려진 강아지처럼.

 

 

딘은 수건으로 젖은 머리부터 탈탈 털었다. 딘은 소파에 앉아 있었고, 캐스는 부엌에서 스프를 끓이고 있었다. 둘은 말이 없었다. 정적과 어색함이 감돌았고, 어느 한 명도 말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 딘은 젖은 수건을 만지작거리더니 캐스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다. 딘은 자신도 모르게 캐스에게 다가가서는 손을 뻗었다. 하지만 닿지 않고 그대로 손을 내렸다. 캐스에게 닿을 자신이 없었다. 떨어뜨린 손은 주먹을 쥐었고, 이내 캐스가 뒤를 돌아 자신을 바라보자 언제나 그랬듯이 미소를 지었다.

“.. 조금만 기다려라.”

캐스는 냄비에 숭덩숭덩 썰린 재료들을 부어 끓였다. 좋은 향이 났다. 딘은 이런 음식이 오랜만이었다. 항상 저는 마트에서 사는 통조림이나, 아님 패스트푸드 등등으로 연연해왔기에 스프 같은 것은 집에서 먹기 어려웠다. 딘은 캐스의 뒤에서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았고, 캐스는 그의 시선에도 신경 쓰지 않고 스프가 다 끓기를 기다렸다.

이내 스프가 완성되고, 캐스는 접시에 옮겨 담아 식탁에 올려놓았다. 딘은 자리에 앉아 접시에 담긴 스프를 보았다. 꽤나 맛있어 보였다.

먹어봐라.”

고마워요.”

딘은 숟가락으로 푹, 떠먹었고 역시 맛있었다. 뜨거웠음에도 불구하고 몸이 추워서인지 따듯하게만 느껴졌다. 캐스는 딘의 반응이 나쁘지 않자 자신도 먹기 시작했다.

미안하다, .... 많이 기다리게 했다.”

괜찮아요. 왔잖아요. 그리고 덕분에 스프도 먹고.”

딘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캐스는 그런 딘을 가만히 보더니 이내 입을 때었다.

앞으로는 이렇게 기다리지 마라. 감기가 들 거다.”

딘은 캐스의 말에 먹던 것을 멈추고 캐스를 바라보았다.

괜찮아요. 기다릴 수 있어요.”

“.. 난 기다려서 봐야할 만큼 중요한 사람이 아니다.”

캐스는 식어가는 스프를 떠먹었다.

저한테 캐스는 중요한 사람이에요.”

.”

캐스, 좋아해요.”

캐스는 먹던 것을 멈추고 숟가락을 놓고는 딘을 바라보았다. 딘은 거짓말이 아닌 것 같았다. 정말 진심이었다.

.”

전 무슨 대답이든 괜찮아요.”

“... 난 대답을 하지 않을 거다.”

딘은 캐스의 말에 핏,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식어가는 수프를 숟가락으로 휘휘 저었다.

“.. 난 나이가 많다. 딘 너보다 훨씬 더.”

캐스, 그런 건 상관...”

그리고 나중에 네가 커서 다른 사람을 만나다 보면 나 같은 건 잊게 될 거다.”

캐스의 말을 단호했다. 모두 딘을 위한 말이었다. 딘은 아직 열여덟이었고, 자신은 스물여덟이었다. 아무리 요즘에 나이차이가 상관없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성인끼리 일 때의 이야기다. 딘은 미성년자에 아직 고등학생이었다. 하이스쿨에 다니는 고등학생이란 말이다. 하지만 자신은 이제 곧 서른 줄에 들어가는 성인이다. 절대 이뤄질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딘에게는 오히려 단호하게 단정 짓는 것이 나을 것이라 생각했다.

, 포기해라는 말은 안 한다. 조금 더 커서, 그때..”

캐스는 고개를 들어 딘을 바라보고는 말을 멈추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딘의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고, 눈물에 젖은 푸른 눈이 저를 왜 그러냐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캐스는 말을 하다 말고 딘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 난 진심이에요. 캐스, 어린 건 상관없어요. 지금 저는 캐스를 사랑해요. 다른 사람이 보이지 않아요.”

딘의 목소리는 울음이 가득 차 있었다. 캐스는 그런 딘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차분히 말을 해주었다.

“... 그럼 나에게 무엇을 원하는 건가.”

같이 자요.”

캐스는 그 순간 딘을 빤히 바라본 채, 얼어붙었다. 제 귀를 의심했다.

“.. 안 된다.”

캐스,..”

“.... 절대 안 된다.”

딘은 캐스를 빤히 바라보았고, 캐스는 두 번은 안 넘어갈 거라며 딘의 눈을 피했다.

캐스가 단호히 말하자 딘은 대답이 없었다. 캐스는 이제 딘이 포기했나, 싶어 고개를 들어 올렸고, 변함없는 푸른 눈을 마주했다. 캐스는 결국 더 이상 말하기를 포기했다.

“... 알았다.”

딘은 결국 캐스의 입에서 나온 허락에 씩 입 꼬리를 올려 웃었다.

 

캐스는 자꾸만 바스락거리며 몸을 비틀었다. 신경 쓰지 않고 잠을 청했지만 역시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캐스는 고개를 돌려 딘을 바라보았다. 딘은 눈을 감지도 않고 캐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캐스는 입을 꾹 다물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천장을 보았다.

그때, 슬금슬금 딘이 다가오더니 캐스를 끌어안았다. 캐스는 갑자기 안겨진 몸에 버둥거리고 싶었지만, 자신을 꼭 끌어안고 있는 딘이 꼭 어린 아이 같아 내칠 수가 없었다. 딘은 캐스를 꼭 끌어안으며 조곤조곤히 웅얼거렸다.

“.. 캐스... 사랑해요.”

캐스는 그런 딘의 말을 가만히 듣더니 눈을 깜박였다. 왠지 마음이 싱숭생숭 했다.

 

 

 

 

 

 

 

 

 

 

 

 

 

 

 

 

 

 

 

 

 

 

 

이제는 딘은 자신의 집보다 캐스의 집에 있는 경우가 점점 더 많아졌다.

아침이 되자마자, 나가겠다며 옷을 입는 딘을 보며 또냐는 듯 바라보았다. 이제는 어디 가는지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았다.

캐스 집에 갔다 올게.”

캐스가 싫어하진 않는 거야? 그렇게 매일 가는데.”

딘은 샘의 말에 코웃음을 치며 대답을 했다.

캐스는 날 웃으면서 반긴다고, 저녁에 캐스 집에서 영화 볼 거야.”

제발 늦게 들어오면 문이라도 살살 닫아, 잠에서 깬다고.”

알았어, 알았어. 갔다 올게.”

샘은 그런 딘을 가만히 바라보고는 다 씻은 접시를 건조대에 올려놓았다.

 

 

여전히 캐스에게서 고백에 대한 대답은 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캐스는 그날 이후로 자신이 계속 찾아가도 예전처럼 맞아주었다.

딘은 DVD를 플레이어에 넣고는 재생을 했다. 그러자 TV화면에는 영화 오프닝 장면이 나왔고, 딘은 커튼을 치고 소파에 앉았다.

평범한 SF영화였다. 보통의 아이들이라면 다들 좋아할 그런 영화다. 딘은 집중하며 영화를 보았고, 캐스 또한 영화에 집중했다.

얼마나 보았을까, 약 중반부에 들어섰을 때 딘은 집중력을 잃고 옆을 돌아보았다. 옆을 보자, 꽤나 집중을 하고 영화를 보고 있는 캐스가 보였다. 딘은 그런 캐스의 모습을 가만히 보았다. 집중을 한 채, 자신이 빤히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는 캐스는 많다는 나이에 비해 제 눈에는 오히려 귀여웠다.

그때, 시선을 눈치 챘는지, 캐스는 고개를 돌려 딘을 바라보았다. 둘은 눈이 마주쳤고, 그대로 가만히 서로를 보았다.

분위기를 미뤄보아 척 보아도 입술이 맞닿을 것 같았다. 어둡고, 영화는 나오고, 서로가 거부감 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딘은 그 분위기에 휩쓸려 캐스에게 다가가려고 했지만 아무리 분위기라고 해도 무작정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괜히 몰아붙였다가는 완전히 캐스가 피할 것이 분명했다. 딘은 캐스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작게 물었다.

“.. 해도 되요?”

“... 모른다..”

딘은 불분명한 캐스의 대답에 그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일단 얼굴을 점점 가까이했다. 캐스는 그런 딘을 피하지 않았고, 딘은 피하지 않자 더 가까이 다가가더니 결국 캐스의 입술에 제 입술을 맞닿았다. 키스라고 하기에는 짧은 입맞춤이었다. 딘은 왠지 몰캉한 느낌에 어떻게 더 하지 못하고 자신도 모르게 그대로 굳어버렸다. 키스를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것도 아니면서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딘은 그대로 입술을 천천히 때며 캐스를 바라보았다. 캐스는 제가 입술을 때자, 그제야 눈을 천천히 뜨며 저를 바라보았다. 딘은 그런 캐스의 모습에 한 번 더, 입을 맞추고 싶었다. 그때, 캐스가 그런 제 마음을 알았는지 이젠 자신이 먼저 다가와 입을 맞추었다. 딘은 순간 정신이 아릿해지는 것 같았다. 겨우 정신을 붙잡고 캐스의 허리를 쓸더니 꼭 끌어안았다. 천천히, 부드럽게 맞닿은 입술은 서로의 입안에서 녹아갔다. 마치 아이스크림이라도 먹는 것 마냥, 서로를 음미하며 입술을 비볐다. 영화는 이제 완전히 그들의 눈 밖으로 나가버렸다. 둘은 서로의 몸을 조심스럽게 건들었다.

 

딘은 캐스의 허리를 만지작거리더니 조심스럽게 옷 안으로 손을 넣었다. 이내 입술을 때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둘은 암묵적인 동의를 하는 가 싶더니 캐스가 먼저 일어나버렸다. 딘은 일어나는 캐스의 손끝을 꼭 잡으며 고개를 들어올렸다.

“... , 난 성인이다. 그리고 넌 미성년자지. 아무리 동의가 있다고 해도 이건,... 옳지 않다.”

캐스의 말이 맞았다. 제가 아무리 동의를 하고 서로 동의를 했다고 해도 성인이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한다는 것은, 애초에 상식적으로 맞는 일이 아니다. 거기다 만약 이것을 누군가가 알기라도 한다면 제가 아니라 캐스가 감옥으로 갈 것이란 말이다. 그것을 모두 알면서도 딘은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놓지 못했다. 어리다는 말을 부정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와 동등한 존재로 서 있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결국 딘은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캐스의 말대로 딘은 아직 미성년자였고, 캐스는 성인이었다.

 

 

 

 

 

 

 

 

 

 

 

 

 

 

 

 

 

 

 

 

 

 

 

 

 

 

 

 

 

 

 

 

 

그 이후로 딘은 캐스에게 가지 않았다. 아니 가지 못했다. 캐스의 말대로 한계를 느껴버린 것 같았다. 어쩔 수 없는 한계를 말이다. 거기다 제가 지금 캐스에게 고백을 한다고 해도, 그것을 받아준다고 해도 자신은 아직 제대로 된 직장 하나 없는데다가 어디 내놓아도 빠지는 게 없다고 할만큼 완벽한 사람도 아니었다. 아직은 어렸고, 학생이었으며, 돈이 없었다. 하지만 캐스의 주변에는 자신보다 더 나이가 많고, 돈이 많고, 회사의 부장 정도는 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기에 좀 두렵긴 했다. 하지만 지금 저에게는 그런 사람들을 캐스에게서 떨어뜨려놓을 만한 무언가가 없었다. 그렇기에 제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빨리 졸업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캐스를 다시 만나기 전까지 더, , 거듭나야했다.

 

 

샘은 갑자기 자신이 캐스의 집으로 발걸음도 하질 않자, 꽤나 이상하게 여겼지만 괜히 물어보지는 않았다. 저로서는 다행이었다. 물어봤자 제가 할 수 있는 대답은 없었다. 그냥, 이라는 말 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벌써 4월이다. 곧 있으면 졸업이었다. 물론 샘은 아직 열네 살이었지만, 딘은 열여덟이었다. 캐스를 안 본지 2달이 되었다. 만난 지가 2달이었는데, 곧 있으면 안 만난 날이 더 많을 것 같다. 딘은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 계속 기다려야했다. 한 달은 변하는 것도 없다. 하지만 기다려야했다. 그리고 자신의 계획대로라면 더, 더 많이 기다려야 될지도 모른다. 딘은 침대에 퍼질러 누워 천장을 보았다. 그때도 이랬다. 캐스를 처음 만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한 며칠은 그래도 참을 만 했다. 여전히 캐스는 옆집에 살았고, 적어도 조금씩은 볼 수 있었기에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주일에 가까워졌을 때, 창문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것을 겨우 말렸다. 이번에는 마이클이 아니었다(마이클은 그날 이후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한 남자였다. 까만 정장을 입고 왠지 캐스와 친하다는 듯이 이야기 하던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남자는 캐스와 이야기를 나누는 가 싶더니, 캐스가 잠시 나갔을 때, 저와 눈이 마주쳤다. 그래, 그곳은 캐스의 침실이었다. 남자는 자신을 보더니 씩 웃어보였다. 마치 자신을 약 올리는 것 마냥. 딘은 약이 바짝 올라 당장이라도 뛰어가 저 남자에게 따지고 들고 싶었지만, 저는 아직 캐스에게 아무런 존재도 안 됐다.

아니, 방금 한 말은 취소다. 당장이라도 뛰어나가려던 걸 샘이 방금 말려, 방으로 올라왔다. 이건 모두 그 남자 때문이었다. 앉아 있는 캐스에게로 다가가, 그의 턱을 잡아 올리고 마치 키스라도 할 것 같은 모습을 저에게 보란 듯이 내보이는 저 남자의 팔을 부러뜨리지 않고서야 못 배길 것 같았다. 결국 남자는 갔고, 딘은 다시는 창문을 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졸업식 날, 딘은 졸업식이 이제 시작했는데, 졸업의 기쁨은 이미 1초 안에 다 느끼고 말았는지 자꾸만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졸업식은 일단 다 끝내야했기에 딘은 어서 빨리 졸업식이 끝나기만을 손꼽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뛰었다. 그냥 제 눈앞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본능에 의해 뛰었다. 제 뒤로는 해가 저물어 가고 있었고, 제 앞에는 캐스의 집이 보였다. 딘은 계속 뛰었다. 숨이 얼마나 차는 지도 모르고 계속, 계속 뛰었다.

그때, 딘은 천천히 속력을 낮추었고 그제야 몰려오는 숨을 들이마셨다. 얼마나 뛰었는지 목이 아플 지경이었다. 하지만 딘은 그 아픔마저 느껴지지 않았다. 딘은 가만히 눈앞을 바라보았다. 그 곳에는 캐스가 서 있었다.

“... ?”

딘은 달려가 캐스를 끌어안았다. 캐스는 갑자기 달려와 안기는 딘에 의해 뒤로 넘어질 뻔했지만 겨우 중심을 찾고 멀뚱멀뚱 눈만 깜박이며 갑작스러운 이 상황에 옆으로 보이는 딘의 까만 뒤통수를 힐끗 보았다.

캐스... 저 오늘 졸업 했어요. 안 본지 세 달 밖에 안 됐는데, 그만 큼 밖에 안 됐는데.... 너무, 너무 보고 싶었어요...”

딘은 겨우겨우 숨을 고르며 캐스에게 말했다. 캐스는 딘이 얼마나 열심히 뛰어온 것인지 알았다. 그의 가슴이 움직이는 것이 다 느껴졌다. 터질 것 같은 박동도, 숨을 몰아쉬고 있는 호흡도.

말끝을 흐리는 그가 참 여전히 아이 같다는 생각을 했다. 딘의 말대로 안 본지 겨우 세 달이었다. 하지만 딘은 오랜만에 보는 엄마 아빠에게 하소연을 하는 아이 같았다. 캐스는 자신도 모르게 웃어버릴 뻔했지만 겨우 참았다.

캐스, 저 대학가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조금 더 기다려줘요. 만약 그때도 여기에 있으면, 지금 보다 더 멋지게, 더 어른 같이 돼서 돌아올 거예요. 그땐, 나 피하지 마.”

피하지 않는다. , 여기서 기다릴 거다.”

딘은 캐스를 더 꼭 끌어안았고, 캐스 역시 딘을 꼭 끌어 안아주었다. 둘은 서로의 심장이 닿을 것만 같이 가까이 서로 더 닿으려고 했다. 정말 마지막인 것 마냥.

 

 

 

 

 

 

 

 

 

 

 

 

 

 

 

 

 

 

 

 

 

6년 후

 

 

 

 

 

 

 

 

 

 

 

 

 

 

시간이 많이 흘렀다고 생각한다. 4. 나이를 그만큼 더 먹었으며, 꽤 많은 것들이 변했다. 하지만 여전히 전, 그 커다란 집에서 살았고, 여전히 대리였다. 애초에 승진을 바라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조금 아쉽긴 했다. 나이는 먹어 가는데, 주변은 많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제 스스로는 나이 말고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 아쉬웠다.

딘이 졸업하고, 딘과 샘은 각자 나가 살았다. 그랬기에 옆집은 이제 다른 이웃으로 바뀌었고, 그들은 어디 있는지 지금은 모른다.

사실 딘이 아직도 그 날의 대답을 기억하고 있을지 의문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참 쉽게 변한다. 거기다 대학까지 갔으니 제가 봐온 딘의 성격으로 보아 저보다 훨씬 좋은 사람을 못 만났을 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거의 반은 마음을 비워두고 있다. 그저 어린 날의 환상이었다고, 그런 진실이 다가와도 너무 놀라지 않게.

 

 

캐스는 위스키를 들이마셨다. 벌써 몇 잔인지 모른다. 세 잔 이후로는 새어보지도 않았다. 술을 왜 마셨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저 크라울리와 조금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뒤로는 혼자 위스키 한 병을 다 비우고 말았다. 내일 아침 숙취는 아주 단단히 각오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작은 애송이 하나 때문에 이러는 거야?”

작지 않다... 나보다 더 크다.”

그 말이 아니잖아. 정신 차리고 들어. 그 놈이 너한테 올 것 같아?”

위스키가 비자, 다시 한 병 더 시키려던 것을 크라울리가 말리는 바람에 맹물을 마실 수밖에 없었다.

“...”

그 놈이 어렸지. 그리고 너도 어렸지. 기다린다니, 기다릴 거라니. 기약 없는 약속만 잔뜩 해놓고는 지금까지 기다린 네가 웃길 뿐이야.”

크라울리는 마시지 않은 제 술잔을 들어 조금 마시고는 내려놓았다.

크라울리의 말이 맞다. 정말 기약 없는 약속이었다. 언제 돌아온다는 말도 없이 그저 기다리라는 딘이 지금에서야 느끼는 거지만 미웠다. 너무나도 미웠다. 하지만 그를 기다리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이미 시작해버렸고, 제 마음 속으로는 그가 올 것이라는 생각이 이미 뇌리에 박혀 있었기에 그것을 억지로 뽑아낼 수는 없었다.

스스로를 계속 희망 고문하는 것이다.

 

 

숙취는 정확하게 다음 날, 타격을 주었다. 술을 들고 아주 퍼 마셨던 어제의 자신을 탓해보지만 역시 어쩔 수 없었다. 캐스는 깨질 듯이 아파오는 머리를 꽉 잡더니 결국 다시 침대에 누웠다. 하지만 회사를 안 갈 수는 없었다. 결국 캐스는 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었고, 그대로 욕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변기를 잡고 시원하게 한바탕 모든 것을 토해내고 나서야 조금 괜찮아졌다는 것을 느꼈다.

 

다시는 술을 그렇게 마시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두 번 다시 그 짓을 겪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머리는 아파왔다. 왜냐하면 숙취가 끝나자, 그날 딘과의 만남이 자신을 괴롭혀 왔기 때문이다.

그래, 4년이나 흘렀다. 잊을만도 했다. 하지만 캐스는 잊지 못했다. 그리고 잊지 못한 것을 넘어 그에 대해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은 4년째 자신을 괴롭히고 있었다.

정말로 딘이 돌아오는 것인가.’

딘이 지금의 자신을 보더라도 사랑한다고 할 것인가.’

그리고 두 가지 다, 대답을 알 수 없었다. 어느 것도 확신할 수 없었다. 위에서 말했듯이 계속 해서 나 스스로를 희망 고문하며 끝나지 않는 물레방아 속에 가두고 말았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까지도 자신을 괴롭히고 있다.

카스티엘, 내일 오는 신입사원 업무는 자네가 가르쳐주게.”

, ..”

온갖 정신이 6년 전의 그 일에 집중되어 있는 탓에 어떤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마당에 신입사원 교육이라니.

캐스는 마른세수를 하더니 다시 파일을 열어 하던 일을 마저 하기 시작했다. 작은 글씨들이 화면을 뚫고 다와 공중에서 떠다닐 것만 같았다. 지금 자신은 어지럽고, 혼란스러웠으며, 추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그대로 엎어졌다. 안 그래도 내려간 어깨가 요즘 문득 들어오는 생각들로 더 무겁게 억눌리는 느낌이었다. 내일 멀쩡하게 교육이나 해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여느 평범한 날처럼 타자를 타닥거리며 지옥의 파일을 정리하고 작성해나갔다. 끝없는 노동이었다. 애초에 이 노동이 끝날 리가 없기에 지금은 더 이상 투정부리는 것에 대해 거의 포기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때, 제 상사가 부서 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캐스 또한 그를 바라보았고, 그 순간 몸이 얼어붙은 듯했다.

모두 봐주세요. 오늘 새로 온 신입사원인 딘 윈체스터씨입니다.”

딘이었다. 그래 4년 전, 자신에게 기다려 달라고 했던 딘이었다. 자신이 사랑했던 딘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하나도 기쁘지도, 행복하지도, 반갑지도 않았다. 왠지 어색했고, 그가 낯설었다. 달라진 것은 없었다. 그때와 똑같았다. 상사는 딘에게 무어라 이야기하더니 딘은 제게로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카스티엘 씨.”

저를 보며 경어를 쓰는 딘은, 자신이 알고 있던 딘이 아니었다.

 

“..... 흐악...!”

캐스는 이상한 소리를 냄과 동시에 몸을 일으켰다. 가쁜 숨을 고르며 제 주변을 살폈다. 아직 새벽인 제 집이었다. 꿈이었던 것이다.

악몽도 아니고 그렇다고 길몽도 아니었다. 그저 스트레스 때문인 것 같았다. 그리고 다시는 그런 꿈을 꾸고 싶지 않았다.

캐스는 다시 이불을 덮고는 조금 더 잠을 청했다.

 

 

어젯밤에 꾼 꿈과 똑같이, 자신은 타자를 툭탁거리며 파일을 정리하고 작성했다. 꿈과 너무나도 똑같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회사의 분위기는 항상 이렇고, 자신이 하는 일 또한 항상 똑같기에 꿈과 완전히 똑같다고 생각할 수는 없었다.

그때,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상사의 목소리가 방안을 울렸다.

모두 봐주세요. 오늘 새로 온 신입사원인

꿈과 너무나도 똑같았다. 캐스는 고개를 들어올릴 수 없었다. 과연 꿈과 완전히 똑같을까? 아님 다를까.

샘 윈체스터 씨입니다.”

생각지 못한 변수였다.

저기 카스티엘 씨에게 가서 업무를 안내 받게나.”

샘은 상사가 한 말에 꽤나 놀란 눈치였고, 그 큰 키로 자신을 단번에 찾아냈는지 제게로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카스티엘 대리님.”

“.... 어서 와라, .”

제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신도 모르게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옛날의 제 옆집에 살던 때에 봤던 그가 생각났다. 하지만 이곳이 회사며, 자신은 이제 그의 상사라는 것을 깨달고는 다시 표정을 바꾸었다. 하지만 그 바꾼 표정마저도 자신은 어떤지 알 수 없었다.

 

 

샘은 우수했다. 가끔 딘에게서 들었던 그 똑똑한 샘이 맞았다. 그는 똑똑했다. 그리고 매우 습득능력이 좋았다. 사실 지금도 생각하는 거지만 뭐든 잘 할 것 같은 사람은 샘이었다. 물론 딘도 좋은 능력들을 가지고 있지만,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이는 보편적으로 샘 같은 사람이었기에, 회사의 입장으로서는 그는 아주 최고였다.

 

캐스는 벤치에 앉아 커피를 홀짝였다. 아직 점심시간이었고, 날은 이상하게도 화창했다.

그때, 제 옆에 샘이 다가와 앉았다.

“... 무슨 일인가.”

오랜만이에요, 캐스.”

캐스는 오랜만에 불리는 캐스, 라는 제 칭호에 왠지 모르게 낯설기도 하고... 묘했다.

오랜만이다. 6년 만에 보는 것이다.”

잘 지냈어요?”

“...”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 잘 지냈다니, 여기서 잘 지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네 형, 딘 그 놈 때문에 6년 내내 힘들었다고 할 수는 없었다.

“... 딘은 일 시작했어요. 경찰. 형다운 걸로 시작했죠.”

샘은 왠지 복잡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 어떻게 지내는 지, 자세히 몰라요. 그냥.. ‘그냥살고 있다는 것만 알고 있어요.”

캐스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경찰, 상상하지도 못했다. 그래, 샘의 말대로 딘다운 걸로 시작했다. 그리고 점점 더, 그가 돌아올까? 라는 물음에 대한 질문이 복잡해졌다.

“... 지금 어디에 있는 가.”

아마도 .. 캘리포니아? 사실 몰라요. 어디에서 뭘 하는지도 몰라요. 그냥,.. 형이 몇 년 전부터 연락을 끊어버렸어요. .. 전 기다릴 수밖에 없죠.”

샘은 커피를 쭉 들이켰고, 캐스는 샘의 말에 점점 더 마음이 복잡해졌다. 제 하나 뿐인 동생과도 연락을 끊었다니. 그런 그가, 자신은 어떻게 생각할지 안 들어도 뻔했다.

캐스는 커피 잔을 가만히 꼭 쥐더니 살풋 입 꼬리를 올렸다가 내렸다.

“... 딘은 잘 살고 있을 것이다. 그는 나쁘지 않게 살고 있을 것이다. ... 아마도 누군가를 만날 것이고,... 그리도 다시 널 찾아올 것이다. .”

캐스.”

언젠가 딘을 만난다면 내 이야기는 하지 마라라.”

캐스, 그게 무슨...”

캐스는 벤치에서 일어나 가만히 허공을 보더니 고개를 돌려 샘을 바라보았다. 샘은 제 얼굴을 보더니 조금 놀란 것 같았다. 하지만 제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캐스는 입 꼬리를 억지로 끌어 올렸고, 그 순간 제 뺨에서 무언가 타고 흐르는 느낌이 들었다.

울어버린 것이다.

 

 

다시 딘을 만나고 싶다고 묻는다면, 그 질문에는 항상 제 대답은 'yes'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대답하고 싶다. 다시 만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젠 그를 잊어야할 때가 온 것 같다.

드디어 자신이 그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벌써 5월이었다. 이제 봄이다. 다시 돌아온 봄이었다.

 

업무는 역시나 고되었다. 오늘은 특히나 회의시간에 이래저래 들어왔던 이야기들 때문에 머리가 아팠다. 쩌렁쩌렁 소리를 질러대던 이사회 사람들 덕분에 귀가 터져나갈 것 같았다.

캐스는 입술 끝을 짓씹더니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밖이 어두웠다. 오늘따라 괜히 스산한 것이 기분 나빴다. 이럴 때만큼은 정말 자가용이 없다는 것에 한탄을 할 뿐이었다. 캐스는 문을 나와 폐 깊숙한 곳까지 차오르는 찬 공기를 들이마셨다.

그때, 전화가 울렸다. 캐스는 휴대전화를 꺼내 발신자를 확인했다. 모르는 번호였다. 처음 보는 전화번호였다. 캐스는 그 화면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이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캐스

캐스는 그 순간 그 자리에서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처음 보는 번호를 받은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그렇게 저를 오랫동안 괴롭혔던 그였다. 딘이었다.

“.... 캐스?”

, .. 무슨 일인가.”

자신도 모르게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딘은 제 목소리에 잠시 말이 없었다. 이내 다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캐스, 오랜만이에요... 저 안 늦었죠?”

그 한마디가 귓가에 들려오는 순간 가슴이 너무나도 아팠다. 그 속이 너무나도 아파왔다. 입을 열면 꺽꺽거리는 소리 밖에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 너무나도 아팠다. 그리고 너무나도 듣고 싶었다.

그래, 난 거짓말을 했다. 난 결국 그를 잡고 싶고, 보고 싶었다. 캐스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무런 대답을 못했다.

그때, 누군가 제 뒤에 저를 꼭 끌어안았다. 캐스는 바로 그 팔을 뿌리치려고 했지만 이내 들려오는 목소리에 멈추었다.

안 늦었다고 해줘요.”

캐스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저를 품에 끌어안을 만큼 커져버린 그가 낯설기도 하고 이상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는 따듯했다. 여전히, 그였다. 딘이었다.

“... 어서 와라 딘.”

캐스는 몸을 돌려 그를 올려다보았다. 이제 완전히 어른이 된 그의 모습에 아직도 앳된 티가 나긴 하지만 훌쩍 커버렸다는 것이 확실하게 느껴졌다.

둘은 서로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마치 서로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서로를 끌어안은 채 가만히 있었다. 그렇게 있었다. 그때, 딘이 입을 땠다.

기다려줘서 고마워요. ... 캐스는 여전히 똑같네요.”

“.. 경찰이 됐다고 들었다. 어디서 온 건가.”

캘리포니아. 비행기 타고 왔어요. 캐스 때문에 왔어요. 샘 연락으로 알았어요. 캐스가 여기 있다고.”

“... 언제 돌아가는 건가.”

딘은 캐스의 말에 피식 웃었다. 캐스는 왜 웃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딘을 올려다 보았고, 딘은 살풋 웃어 보였다.

여기에 있을 거예요. 어차피 여기에서 일하게 됐고, 캐스가 여기 있잖아요.”

딘은 자신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캐스를 빤히 바라보더니 이내 조심히 물었다.

“.... 키스해도 돼요?”

캐스는 딘의 말에 대답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듯하더니 이내 제 이름을 부르던 딘의 입을 막았다.

둘은 입술이 닿자마자, 마치 머릿속에서 스파크가 튀는 것만 같았다. 둘은 한 번 더 서로 입술을 맞대더니 이내 이곳이 길거리라는 것을 깨달곤 떨어져 서로를 바라보았다. 딘이 웃어 보이자, 캐스도 덩달아 웃어 보였다.

 

 

오랜만에 들어온 캐스의 집은 여전히 텅 비어있었다. 가구도 별로 없어 여전히 안락감이라고는 들지 않았다. 하지만 딘은 이 집이 좋았다. 집 자체가 좋다기 보단, 캐스가 이 집에 살고 있기 때문에 좋아했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변한 게 없네요.”

변할 이유가 있는가.”

“7년이나 흘렀잖아요, 변할 수도 있죠.”

딘은 그때처럼 저를 향해 웃어주었다. 그러더니 저에게 다가와서는 조금 멋쩍게 웃어 보이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던 거, 마저 해도 되요?”

캐스는 딘의 물음에 잠시 대답을 하지 않고 딘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딘은 싫다는 것으로 알아들었는지 뒤늦게 수습하듯이 말을 늘어놓았다.

싫으면 안 해도 되요. , 그냥..”

아니다. ... 싫은 것이 아니다. 조금.. 긴장했다.”

캐스의 말에 딘은 캐스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이내 제 얼굴을 꼭 잡아 마른세수를 하며 웅얼거렸다.

“... , 캐스...”

캐스는 갑작스러운 딘의 이상행동에 제 말에 이상이 있었는지 생각을 했다. 하지만 딘은 캐스에게 다가가 그대로 그의 턱을 두 손으로 잡고는 부드럽게 입술을 맞대었다. 캐스는 입술이 닿자 잠시 얼어붙더니 이내 천천히 눈을 감으며 그 행위에 집중했다.

딘은 캐스의 입술을 부드럽게 빨며 이내 입안으로 혀를 집어넣었다. 혀가 들어가자 그 안에 있던 캐스의 혀가 딘의 혀를 건들었고, 딘은 물러나지 않고 캐스의 혀를 툭, 건들곤 천천히 입술을 물었다. 마치 부드러운 케이크를 먹는 듯이 서로 달콤함을 찾아 헤매었다.

 

제 아래에서 달뜬 얼굴로 저를 끝까지 올려다보는 캐스는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그를 보기 위해서 몇 년을 기다렸는지 모른다. 그동안 얼마나 뛰쳐나가고 싶다는 것을 참았던 것인지도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렇기에 그를 마음껏 껴안고 하고 싶었던 것을 모두 해보고 싶었다.

딘은 캐스의 달뜬 얼굴을 쓰다듬어주며 천천히 손을 아래로 내렸다. 캐스는 제 얼굴을 자꾸만 바라보는 딘에 부끄러운지 고개를 돌렸고, 딘은 그의 모습에 살풋 웃어 보이며 나긋하게 말했다.

캐스,... 예뻐요. 엄청 예뻐요.. 내가 봐온 그 누구보다도 아름다워요. 알아요?”

“.. 으응... ..모른,... 흐웃..!”

딘은 이내 더 세게 쳐댔고 이내 캐스는 허리가 울릴 정도로 느껴지는 쾌감에 결국 딘을 바라보며 입을 다물지 못하고 그대로 신음을 내뱉었다. 그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그대로 내뱉어댔고, 딘은 그런 캐스가 귀여웠다.

“.. ...,.. 하읏.. . 보고, ,었다...”

그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신음은 딘을 더 자극시키기에 충분했고, 딘은 결국 캐스에게 또 다시 키스를 했다.

 

역시 딘은 젊었다. 그리고 캐스는 안 쓰던 몸을 썼으니 아플 만도 했다. 그는 침대에 누워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딘은 일어나지 못하며 후희를 느끼는 캐스에게 다가가 침대 옆에 붙어 그의 까만 뒤통수를 빤히 바라보더니 손을 뻗어 그 뒤통수를 만지작거렸다. 역시 따듯했으며, 부드러웠다. 꼭 강아지의 머리를 만지는 것만 같았다.

딘이 자꾸만 만지작거리자 캐스가 고개를 돌려 딘을 바라보았다. 가지런히 모으고 있는 팔에 기댄 탓에 볼살이 눌려 있었다. 딘은 그런 캐스를 가만히 보더니 피식 웃으며 그와 똑같이 팔에 머리를 기대고는 조곤조곤히 물었다.

어땠어요?”

“... 허리가 아프다.”

단순명료했다. 딘은 캐스의 말에 피식피식 웃더니 캐스에게 다가가 그의 이마에 짧게 입맞춤을 해주었다.

다음에는 캐스가 좋아하는 것만 해줄게요.”

“.... 다음도 있는 건가.”

딘은 캐스의 말에 가만히 그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당연히 있죠, 하루 종일도 할 수 있어요.”

저렇게 웃는 딘을 볼 때면 괜히 옛날 생각이 떠올랐다. 아직 18살인 딘과, 곧 서른에 가까워지는 28살인 자신. 물론 그때는 첫키스를 함께했지만, 지금은 첫섹스를 함께했다.

 

 

End




이걸 적은 당시에는 포카포카한 느낌을 너무 좋아했던 것 같다.

일단 이건 그래도 15금입니다. >>전 꾸금을 적지 못해요<< 

낸지 한 2개월이 지난 것 같아 일부분만 공개하였습니다. 독립된 중편들을 모아놓은 책이라 구매하신 분들이 불이익을 당하신 것 같은 느낌이 안 드실 것 같아 올렸습니다. 

뒷골목에서의 만남 2

딘캐스

딱히 그날 이후로 뭔가 달라진 것은 없었다. 여전히 자신은 손님을 받으며 돈을 벌고 있다. 물론 돈은 많지 않지만 말이다. 
캐스는 옷을 끌어 올리며 정리했다. 길에서 하는 것은 날이 추우면 정말 하기 싫게 되는데 지금이 딱 그랬다. 몸이 얼어버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멈출 수는 없었고, 더 추워지면 잠깐 쉬기도 한다. 
캐스는 얼러버린 손끝에 호호 입김을 불며 최대한 녹이려 애썼다. 
그때, 제게로 누군가 다가왔다. 캐스는 고개를 들어올려 얼굴을 확인했고. 낯익은 얼굴에 씩 입 꼬리를 올렸다.
“할 마음이 생긴 거야? 흐응—, 선불이야. 50달러.”
캐스는 돈을 달라는 듯 손을 뻗었다. 그러자 남자는 캐스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봉투를 내밀었다. 캐스는 처음 받아보는 봉투에 조금 놀라 그 안을 살폈다. 그 순간 캐스는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그 안에 든 돈은 적어도 300달러였다. 거의 300달러란 말이다. 캐스는 처음 받아보는 거액에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그만큼 원하는 것이 많다고 판단하고는 살풋 웃으며 물었다.
“뭘 원하는 거야? 특별한 거라도 있나봐?”
하지만 남자의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완전 예상 밖이었다.
“같이 저녁 먹는 건 안 됩니까?”
캐스는 남자의 말에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몰랐다. 이런 적은 완전 처음이었다. 여태 돈을 받으면 제가 할 일은 뒤를 대주며 몸을 파는 것이 전부였는데, 갑자기 같이 ‘저녁'을 먹어달라니. 남자의 생각을 도저히 짐작할 수가 없었다. 저는 남창이었고, 여태 제가 돈을 받아면 해본 짓이라곤 섹스 뿐이었다. 거기다 약물 중독자인 자신의 어떤 면이 마음에 들었기에 돈을 주면서 저녁을 먹자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캐스는 딘을 무어라 말을 하려고 했지만 마침 배도 고팠고, 딱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둘은 식당으로 들어가 샌드위치와 술을 시켰다. 캐스는 오랜만에 먹어보는 제대로 된 음식이라 조금은 어색했다. 하지만 딘은 자꾸만 캐스를 힐끗힐끗 바라보았다. 캐스는 샌드위치를 한입 먹었고, 딘도 그제야 음식을 먹었다. 캐스는 우물우물 입안에 든 음식을 먹더니 이내 샌드위치를 접시에 놓고 딘에게 물었다.
“밥 하나 먹는데 300달러를 주는 거야?”
“… 혹시 부족한 건가요?”
딘은 캐스의 말을 잘못 알아들었는지 지갑을 꺼내며 오히려 돈을 더 주려고 했다. 그러자 캐스는 지갑을 든 그의 손을 잡으며 다시 되물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 뭐, 나한테 무슨 큰 부탁이라도 있어? 너 장기매매단이야? 남들처럼 한 번 빼고 가. 난 그런 사람인데 넌 왜 마치 날 호스트 놈들 대하듯이 돈까지 주면서 밥을 먹자고 해?”
딘은 캐스의 긴 물음을 가만히 듣더니 제 팔을 잡고 있는 캐스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그냥 당신이 좋은 겁니다. 남창이든 뭐든… 그냥 좋습니다. 당신이 뭐든 간에, 좋아한다고요.”
캐스는 그 순간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멀쩡하게 생겨서 평범한 여자 하나 옆에 끼고 살 것 같은 애가, 자기 같은 뒷골목 창남일 하며 여러 사람들한테 뒤나 대주고 사는 자신을 좋아한다니, 이건 순애가 아니라 멍청한 것이었다.
“허, …. 너 혹시 약하니?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너 완전 멀쩡하게 생겼는데 알고보니까 나랑 같은 마약중독이니?”
“당신이 어떻게 생각할 지 알아요. 뭔 미친놈이라고 생각하겠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고요. 근데 잊으려고 해도 안 잊혀져요. 나도 미쳐버릴 것 같다고요…..”
캐스는 그런 딘을 보더니 이내 고개를 내리며 남은 샌드위치를 먹었다. 캐스는 정말 미친놈이 왔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뒷골목에서의 만남1

딘캐스

조금 어둑하고 쾌쾌한 냄새가 풍기는 골목길로 들어서면 어느 순간부터는 쾌쾌한 냄새가 아닌 달콤하고 상쾌한 향이 느껴진다.
“흐읏,.. 흥,훗…조,금 더 세게….후응,응..”
항상 그 골목에서는 빠짐 없이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몸파는 사람들이 모두 모여 자신들끼리 손님을 받는 곳이었다. 물론 가게도 있고 이런저런 곳도 있지만 몇몇 사람들은 가게 사장이 때먹는 돈의 액수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나오거나 애초에 나와서 하는 사람들이었다. 
캐스는 사장이 때먹은 돈 액수에 한 번 엎고 나온 이었다. 물론 그때는 약물도 간단하게 구할 수 있고 좋았지만 사장이 때먹고 이래저래 가당찮은 미친놈들을 상대할 수밖에 없었기에 사실상 길목보다도 고충이 심했다. 
캐스는 평소에 받는 돈보다 더 적게 받았지만 일단 오늘은 너무 수입이 없었기에 어떻게든 벌어야했다. 평소 같으면 대차게 버렸을 놈이지만, 오늘만큼은 제 밥벌이의 간절한 손님이었다. 캐스는 마약을 혀끝에 놓고는 녹여 먹으며 신음을 흘렸다. 본능 따라가며 아무말이나 내뱉은 것이었다. 이때만큼은 스스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자세히 알 수 없다. 약기운과 더불어서는 거의 알지 못한다.
캐스는 남자가 점점 힘을 붙여서 저를 벽으로 몰아새우자 당장이라도 제 안에 든 것을 잘라 버리고 싶었지만 힘도 없었도 돈도 없었기에 그저 포기 하고 있었다.
‘탕—’
갑자기 총소리가 들리더니 제 뒤에 있던 남자에게서 힘이 풀리면서 그대로 넘어졌다. 캐스는 남자가 쓰러지면서 그대로 제 뒤에서 빠져 나가자 욕을 읊조리며 바닥에 쓰러진 남자의 머리통을 발끝으로 툭툭 건들였다. 하지만 남자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고 캐스는 그런 남자의 몸에 있던 모든 돈, 귀중품들을 챙겼다. 
그때, 제 뒤에서 누군가 보였다.
“… 괜찮아요?”
캐스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멀끔라게 생긴 젊은 남자가 있었다. 캐스는 그런 남자를 힐끗 보고는 아무렇지 않게 쓰러진 남자의 몸에서 꺼낸 돈들을 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구해줬다고 생각하는 거야?”
“……”
“뭐, 딱히 마음에 드는 놈이 아니었으니까 구해줬다고 생각해야하나…”
캐스는 씩 웃으며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캐스는 그런 남자의 표정에 피식 웃으며 담배 끝에 불을 붙여 입에 물었다. 하얀 연기가 허공에 수놓였다.
“나랑 할래?”
“…..”
남자는 캐스의 말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가만히 캐스를 바라보았고, 이내 길을 돌아갔다. 캐스는 그런 남자의 뒤통수를 물 미끄럼이 보더니 시시하다는 듯 담배를 비벼 껐다.